[엿보기] 무대밖으로 내몰린 연주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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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 오후 7시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앞.
"한국의 음악가 시리즈" 첫 무대를 감상하러 온 관객들은 로비에 들어서기도 전에 갑작스런 유인물 세례를 받아야 했다.
유인물의 제목은 "연주자들이 무대 밖으로 내몰렸다"는 것.
지난달 15일부터 파업에 들어간 세종문화회관 노동조합이 이날 연주를 거부하게 된 이유를 설명하고 이해를 호소한 글이었다.
어리둥절해진 관객들은 설마하며 극장안으로 들어섰다.
왠 걸,차이코프스키 교향곡 4번을 연주하러 무대에 등장한 서울시향 단원들은 50여명에 불과했다.
"통상 80명 이상이 연주하는 심포니를 50명이서 하다니..."
서울시향 단원중 조합에 속한 단원 30여명이 연주파업에 나섰던 것이다.
정작 연주가 진행중인 무대 뒤에서는 더욱 심각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사과방송은 할 생각도 않고 이종덕 세종문화회관 총감독과 연주거부한 조합원들이 분장실에서 입씨름을 벌이고 있었던 것이다.
연주에 참여한 비조합원 단원도 억장이 무너지기는 마찬가지.
한 단원은 "울고 싶은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이날의 파행연주는 국내 음악계에서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일.
지난해 KBS노조 파업의 여파로 KBS교향악단 연주회가 취소된 일이 있었지만 연주단체와 이를 운영하는 극장의 갈등으로 음악회가 부분파업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왜 이같은 사태가 벌어졌을까.
그 불씨는 지난해말 세종문화회관측이 서울시향,서울시무용단 등의 단원 9명을 해고한 데서 지펴졌다.
"객관적인 오디션을 통한 정당한 해고"(회관측)란 주장과 "사전 고지나 합의도 없이 단행된 부당해고"(노조측)란 주장이 맞붙어 서울지방노동위에 제소하는 사태로 번졌다.
지방노동위는 오디션을 통한 해고에 문제가 있다고 판정하고 전원복직을 권고했지만 회관측이 중앙노동위에 다시 제소한다며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음악협회 등 음악관련 단체들은 이번 사태의 책임을 세종문화회관 경영진의 몰상식한 예술단체 운영방침에서 찾고 있다.
예산확충과 질높은 연주환경 조성은 제쳐놓고 그저 단원들을 자르는 것만으로 앙상블 협주력의 발전을 기대하기는 힘들다는 지적이다.
책임경영기관화 독립법인화란 좋은 말로 공연장을 장사속으로 내모는 정부의 문화정책도 여기에 한 몫하고 있다.
"예술행정"의 중심은 "행정"보다 "예술"에 맞춰져야 할 것 같다.
< 장규호 기자 seinit@ked.co.kr >
"한국의 음악가 시리즈" 첫 무대를 감상하러 온 관객들은 로비에 들어서기도 전에 갑작스런 유인물 세례를 받아야 했다.
유인물의 제목은 "연주자들이 무대 밖으로 내몰렸다"는 것.
지난달 15일부터 파업에 들어간 세종문화회관 노동조합이 이날 연주를 거부하게 된 이유를 설명하고 이해를 호소한 글이었다.
어리둥절해진 관객들은 설마하며 극장안으로 들어섰다.
왠 걸,차이코프스키 교향곡 4번을 연주하러 무대에 등장한 서울시향 단원들은 50여명에 불과했다.
"통상 80명 이상이 연주하는 심포니를 50명이서 하다니..."
서울시향 단원중 조합에 속한 단원 30여명이 연주파업에 나섰던 것이다.
정작 연주가 진행중인 무대 뒤에서는 더욱 심각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사과방송은 할 생각도 않고 이종덕 세종문화회관 총감독과 연주거부한 조합원들이 분장실에서 입씨름을 벌이고 있었던 것이다.
연주에 참여한 비조합원 단원도 억장이 무너지기는 마찬가지.
한 단원은 "울고 싶은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이날의 파행연주는 국내 음악계에서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일.
지난해 KBS노조 파업의 여파로 KBS교향악단 연주회가 취소된 일이 있었지만 연주단체와 이를 운영하는 극장의 갈등으로 음악회가 부분파업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왜 이같은 사태가 벌어졌을까.
그 불씨는 지난해말 세종문화회관측이 서울시향,서울시무용단 등의 단원 9명을 해고한 데서 지펴졌다.
"객관적인 오디션을 통한 정당한 해고"(회관측)란 주장과 "사전 고지나 합의도 없이 단행된 부당해고"(노조측)란 주장이 맞붙어 서울지방노동위에 제소하는 사태로 번졌다.
지방노동위는 오디션을 통한 해고에 문제가 있다고 판정하고 전원복직을 권고했지만 회관측이 중앙노동위에 다시 제소한다며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음악협회 등 음악관련 단체들은 이번 사태의 책임을 세종문화회관 경영진의 몰상식한 예술단체 운영방침에서 찾고 있다.
예산확충과 질높은 연주환경 조성은 제쳐놓고 그저 단원들을 자르는 것만으로 앙상블 협주력의 발전을 기대하기는 힘들다는 지적이다.
책임경영기관화 독립법인화란 좋은 말로 공연장을 장사속으로 내모는 정부의 문화정책도 여기에 한 몫하고 있다.
"예술행정"의 중심은 "행정"보다 "예술"에 맞춰져야 할 것 같다.
< 장규호 기자 seinit@ked.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