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핏보기에 지난 1월의 폭락장세와 비슷한 모습이다.

당시에도 코스닥지수는 사상최고치를 기록한뒤 곧바로 고꾸라졌다.

20여일만에 34%가량 떨어지며 178선까지 내려앉았다.

그후 곧바로 반등,283이라는 신기록을 세웠었다.

하지만 이번 하락장은 지난 1월과는 구조적으로 다르다.

수급악화,해외환경의 불안,주도주 부재 등 악재만 부각되고 있다.

총선이라는 변수까지 겹쳤다.

그래서 지난 1월말처럼 급격한 반등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대부분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하락장의 1차 지지선으로 170선을 꼽는다.

170선은 지난 1월에 발생했던 폭락장세의 바닥이다.

이 선이 무너질 경우 150선까지 하락할 수있다고 우려한다.

대우증권 이영목 코스닥팀장은 "추세가 완전히 무너졌기 때문에 지난 저점의 언저리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시장의 여건이 매우 좋지않는 만큼 하락세가 멈춘다고 하더라도 상당기간 횡보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코스닥지수가 힘을 못쓰는 이유는 여러가지다.

우선 시장내부적으로는 수급이 문제다.

올들어 들불처럼 번진 증자바람이 주된 원인이다.

앞으로 시장에 들어올 대기물량만 유무상신주를 합쳐 5조원-7조원가량 된다.

여기에 신규등록할 종목들까지 줄 서있다.

반면에 돈은 이리저리 새나간다.

제3시장,엔젤투자 등으로 빠져나가고 있다.

돈은 줄어드는데 공급물량은 증가하니 시장이 약해질 수 밖에 없다.

주도주가 없다는 것도 장을 비관적으로 만들고 있다.

새롬기술 다음커뮤니케이션 핸디소프트등은 등 코스닥시장의 활황세를 견인했던 대장주들은 이제 "병사"로 전락했다.

연초만해도 20만원 이상 하던 주식들이 무상증자를 거친뒤 반토막이하로 떨어졌다.

그렇다고 다른 대체세력이 나오는 것도 아니다.

시장을 끌고나갈 큰 손이 없어졌다는 뜻이다.

시장 외부적으로도 큰 차이가 있다.

나스닥시장의 불안이 이번 폭락장의 큰 요인이다.

나스닥은 세계 첨단기술주 시장의 대장이다.

그런 나스닥지수가 최근 급락세를 보였다.

코스닥과 마찬가지로 지난달 10일 사상최고치를 기록한 뒤 급락,3일 현재 16%이상 떨어졌다.

나스닥의 하락이 같는 의미는 크다.

첨단기술주 거품론이 힘을 얻고 있다는 반증이다.

첨단기술주가 약세를 보이면 코스닥시장의 투자자금이 거래소시장으로 이동할 수있다.

현대증권 투자정보팀 한동욱대리는 "코스닥이나 나스닥이나 테마가 형성되면서 같은 종목군이 한꺼번에 올라가기는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결국 거품이 낄 수 밖에 없고,이것이 시장의 질을 떨어뜨리면서 작은 충격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태를 초래했다는 설명이다.

코스닥시장은 당분간 조정국면을 벗어나기 어려울 전망이다.

시장내부에 에너지를 축정하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한 전문가는 지적했다.

하지만 코스닥시장의 장기전망은 괜찮다는 견해가 많다.

지난해 실적에서 벤처기업의 성장성이 충분히 입증됐기 때문에 반등의 계기만 마련되면 강한 오름세를 탈 수다는 것이다.

따라서 하락폭이 큰 우량주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했다.

게다가 해외자금들이 아시아 특히 한국의 첨단기술주를 주목하고 있다는 징후도 나타나고 있다.

미국증시에서 자금이 빠져나와 아시아와 유럽으로 이동중이라는 점은 주목할만한 일이다.

실제 지난 3월 16일부터 22일까지 미국을 제외한 글로벌 주식형펀드에 33억달러가 유입됐다.

99년 한해동안 들어온 자금이 단 1주일만에 채워진 셈이다.

올들어서만 1백41억달러가 유입됐다.

한대리는 "미국이 금리를 올리고 있지만 고수익을 추구하는 자금은 은행권이 아닌 해외주식시장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CSFB증권은 지난주 대만의 비중을 줄이고,한국비중을 높이겠다고 발표했다.

한국시장이 외국인들의 시각에서 여전히 매력적이라는 점을 상징한다.

조주현 기자 forest@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