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 구워낸 빵처럼 부드럽게 만들자. 내의업체 BYC의 고진석 사장이 두뇌개조를 결심하며 내건 구호다.

37년동안의 군생활로 굳어진 머리를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말랑말랑하게 바꾸자는 것.

녁이면 어김없이 반포부근 한강둔치에서 땀에 흠뻑 젖도록 뛰고 새벽에는 피터 드러커나 앨빈 토플러 등의 저서를 독파한다.

스터디그룹에 들어가 젊은 교수들과 토론한다.

컴퓨터로 정보를 캐내고 경영에 도움이 될 아이디어를 찾는다.

이런 노력끝에 도입한 경영기법이 "고객졸도 경영"과 스피드경영.고객졸도경영은 서비스로 유명한 호텔체인 리츠칼튼을 벤치마킹한 것.고객이 자사제품을 사용하다가 문제가 생겨 반품을 요청하면 아무 소리없이 받아주는 게 한 예다.

소비자 실수라 굳이 물어줄 필요가 없을지라도.

그런 다음 고객에게 정중한 편지를 보낸다.

"내의를 삶지 말아 주세요. 그래도 제품에 문제가 생기면 다시 연락을 주십시요"

스피드경영은 보스톤컨설팅그룹으로부터 배운 것.시간을 20% 절감하면 생산성이 2배로 는다는 내용.결재단계를 70% 줄였다.

바이어가 원단개발을 요청해올 때 걸리는 기간을 30일에서 5일로 줄였다.

육군 소장으로 예편하고 경영일선에서 뛰다보니 어느덧 그의 나이 63세.남들은 쉴 때라고 여길지 모르지만 그는 다르다.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마음이다.

벤처바람이 불면서 20대와 30대 경영인이 부각되고 있다.

40대만 해도 "쉰세대"로 취급받는다.

"명예"라는 거창한 굴레를 씌워 밀어내기 일쑤다.

하지만 환갑을 넘긴 나이에도 젊은이보다 패기있게 뛰는 중소기업인이 꽤 많다.

인생은 60부터라며. 고급 텐트업체 반포텍의 최계순(67) 사장의 컴퓨터에는 파이낸셜타임스와 USA투데이가 북마크돼 있다.

세계 각지의 바이어와 거래하다보니 미국 영국 동남아 등지의 생생한 정보가 필요하기 때문.인터넷을 통해 이를 입수하는 것이다.

60대 중반이 돼서 컴퓨터를 처음 접했어도 이제는 다루는 솜씨가 능숙하다.

고급안경을 수출하는 서전의 육동창(69) 회장.로덴스톡이라는 세계적인 안경업체의 주문자상표 주문을 거절한 채 고유브랜드인 "코레이"로 수출하기 위해 미국과 유럽 등 세계를 누비고 있다.

그가 창업한 것은 이순이 지나서였다.

안유수(66) 에이스침대 회장은 충북 음성과 중국 광저우공장을 돌보는데도 힘이 부치지만 북한에 침대공장을 건설하기 위해 뛰고 있다.

정동섭(69) 태림포장 회장은 행정고시를 거쳐 중앙부처 사무관으로 일하던 젊은 사위를 사장으로 앉힌 뒤에도 여전히 회사경영을 총괄하며 동분서주한다.

젊은이들의 조로현상에 경종을 울리려는 듯이. 서울대 법대학장을 지낸 원로법학자 최태영(100) 옹이 역사공부를 시작한 것은 75세부터.88세에는 영문판 한국상고사를 냈다.

외국 학계에서 한국역사를 연구할 때 중시하는 저서다.

그의 발자취를 보면 인생은 60부터라는 말을 쓰는 것마저 쑥스러운 것 같다.

김낙훈 기자 nhk@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