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홍상화

차가 로터리 근처에 섰다.

황무석이 차에서 내려 골목길로 접어들어 걸어갔다.

그는 아랫도리 중간에 힘을 주어보았다.

왠지 자신을 잃어버린 것 같아 마음이 찜찜했다.

황무석은 자신이 이때까지 산 인생이 어느 누구의 인생 못지않았다는 증거로 세 가지를 손꼽아왔다.

첫째는 훌륭한 자식 농사,둘째는 싱글 골프 실력,셋째는 아랫도리 힘이었다.

아이들은 번듯하게 성장해주었으며,나이 57세에 아직도 싱글 핸디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아랫도리가 근래들어 그를 긴장시켰다.

삼 주 전 사업차 오입 케이스가 있었을 때,살롱의 젊은 아가씨가 서비스면에서나 미모면에서 하등 손색이 없었음에도 그것이 영 말을 듣지 않아 밤새 애를 먹은 적이 있었다.

과음을 해서 그러려니 자위하고 지난주에는 며칠 술을 멀리하고 다시 다른 기회를 마련했으나 마찬가지였다.

황무석은 그때처럼 침울한 적이 없었다.

적당한 골프운동에 음식도 신경써 골라먹고 부득이한 경우가 아니면 주연 참석도 다른 중역을 시키지 자신은 애써 피해왔는데 나이 57세에 벌써 그것이 제대로 말을 안 듣는다는 것은 그에게 충격적이었다.

그러나 결코 쉽게 포기할 그가 아니었다.

사무실에 앉아 결재 서류를 앞에 놓고 시간 나는 대로 곰곰이 생각해본 결과 이상이 있는 곳을 치료하려면 그 방면에서 테크닉이 뛰어난 진짜 전문여성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래서 그는 오늘 저녁 이발소에 들르기로 했던 것이다.

지난 일요일 그가 단골로 가는 고급 호텔 이발소가 문을 닫아 우연히 동네 이발소에 들렀을 때 면도사 아가씨가 밀실에서 두 여자가 동시에 서비스를 할 수도 있다고 제안했기 때문이었다.

잠시 후 그는 허술한 뒷골목 빌딩의 지하로 가는 층계를 내려가고 있었다.

이발소 문을 열고 들어서자 오후에 전화를 걸어 대기하라고 한,지난주에 만났던 여자가 그를 맞이했다.

그는 지갑에서 10만 원짜리 수표 두 장을 꺼내 두 손가락을 펴보이며 여자에게 주었다.

"전번에 말한 그 서비스 되겠지?"

"걱정 마세요. 이리 오세요"

그는 초미니스커트 차림의 여자를 뒤따라 골방으로 가는 복도를 걸어갔다.

한 시간쯤 후 황무석은 층계를 힘들게 올라오고 있었다.

층계를 올라와 문을 열고 골목에 나서자 산뜻한 가을 바람이 그를 맞이했다.

그러나 그의 표정은 친한 친구의 사망소식에 접한 사람의 그것처럼 어둡기만 했다.

그의 그것이 또 한번 제대로 말을 안 들었기 때문이었다.

골방 안에서 두 여자가 펼친 에로티즘의 극치도 그가 오래전에 잃어버린 젊음을 되돌려주진 않았다.

사랑이나 젊음이 수반하지 않는 에로티즘은 힘을 발휘하지 못했고 돈과 연관된 에로티즘은 오히려 그의 남성근을 위축시킬 뿐이라는 진실을 잘 알지 못했다.

노년이 당연히 가져다주어야 할 그러한 지혜를 그가 습득할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가 살아온 삭막한 현실세계가 그 이유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