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서명 : ''디플레이션''
저자 : 게리 실링
역자 : 박순양 외
출판사 : 모색
가격 : 10,000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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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여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앨런 그린스펀 의장은 "우리가 디플레이션을 향해 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어떤 경제구조적 특징도 발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몇달 뒤 그는 "현재의 미국 경제에 대한 가장 큰 위협은 인플레이션이지 디플레이션이 아니다"라고 못박았다.

아시아 금융위기가 발발하면서 선진 경제권에도 디플레이션(deflation:지속적인 물가하락과 경기후퇴를 보이는 현상)의 우려가 높아졌지만 그린스펀은 여전히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에만 관심을 보였다.

그러나 FRB는 98년 하반기 두차례에 걸쳐 금리를 0.75%포인트나 떨어뜨렸다.

아시아 위기의 여파가 어느 정도 시간적인 갭을 두고 미국 경제에 영향을 미쳤기 때문.

결과적으로 그린스펀의 주장은 단기적인 견해일 뿐 세계경제를 중장기적으로 내다본 혜안은 아니었다고 볼 수 있다.

디플레이션 못지 않게 신경제(New Economy)의 이상과열을 막아야 했지만 자칫 디플레이션을 몰고올 위험에 대해서도 주의를 기울여야 했다.

메릴린치 수석이코노미스트를 지낸 게리 실링은 1990년대말 전 세계적으로 디플레이션이 다가오고 있음을 경고한 이코노미스트중 한사람이다.

포브스지의 컬럼니스트이기도 한 실링은 탁월한 경제전망으로 명성을 얻었다.

"인플레이션의 종언"(83년)에서 그는 미국 정치의 기조변화로 인플레이션 시대가 막을 내릴 것으로 정확히 예측했다.

10년전부터는 디플레이션의 발생가능성을 꾸준히 연구하고 경고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디플레이션"(박순양 외 역,모색,1만원)은 1998년 상반기에 나온 그의 대표적인 디플레이션 연구서.

그는 한국어판 서문에서 "이 책을 낸 이후 세계경제는 내가 전망한 것과 일치했다"며 "디플레이션의 발생가능성은 당시보다 더 뚜렷해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가 내세운 디플레이션의 징후는 모두 14가지로 요약된다.

<>냉전종식으로 전세계의 방위비 지출이 삭감되었다 <>주요 나라의 정부지출과 적자가 축소되고 있다 <>중앙은행들은 지나간 전쟁인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을 계속하고 있다 <>영어상용권에서 리스트럭처링이 계속되고 다른 지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인터넷을 통한 정보공유가 경쟁을 심화시킨다 <>규제완화로 물가가 하락한다 <>미국 소비자는 차입과 지출에서 저축으로 전환한다 등이 그것.

그는 마지막 항목인 "저축으로의 전환"을 제외한 대부분의 디플레이션 압력이 이미 작동하고 있다고 말한다.

미국 소비자들이 장기 저축으로 전환되는 것도 미국 주식시장의 심각한 하락에 의해 촉발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 책의 역자들도 "디플레이션이란 용어 자체가 경제학의 범주에서 사라진 요즘이지만 유동성함정에 빠진 일본 경제에서 알 수 있듯이 이제 관심을 기울여야 할 대상"이라고 강조한다.

저자는 디플레이션의 유형을 크게 둘로 나눈다.

1800년대 말과 1920년대에 생산성 향상 및 공급증대로 인해 나타났던 "유익한 디플레이션"과 1930년대 소득과 수요의 붕괴로 발생한 "해악적 인플레이션"이 그것.

디플레이션이 어떤 모습으로 재연될 지는 각 국의 금융시스템이 어느 정도 건전성을 유지하고 있느냐에 달려있다고 한다.

그는 앞으로 미국 주식시장이 상당한 폭으로 하락하더라도 금융시장이 붕괴되는 사태는 오지 않을 것이며 따라서 "유익한 디플레이션"이 나타날 가능성이 더 크다고 내다본다.

저자는 14가지 디플레이션 징후들을 검토한 뒤 "디플레이션에 대처하는 투자전략""기업전략""개인전략"을 제시한다.

장차 다가올 디플레이션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이를 새로운 도전의 기회로 삼기 위해 기업 경영자들과 개인투자자들이 꼭 읽어볼 만한 책이다.

< 장규호 기자 seinit@ked.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