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년인가 오거스타내셔널GC에서 플레이한 적이 있다.

아무리 도도한 마스터스라도 취재기자들 몇명에겐 대회 다음날 라운드 기회를 부여하는데 그때 샷을 날려 본 것.

전날 오후까지 세계 톱프로들의 한숨과 환희가 어우러진 코스.

바로 그곳에서 플레이하는 감흥은 따로 표현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당시나 지금이나 뚜렷이 기억되는 건 역시 "그린" 이다.

초반 어느홀에선가 5m 거리의 퍼팅을 했다.

볼을 치는 순간 머릿속엔 "너무했다" 라는 생각이 스쳤다.

"아무리 그린이 빠르다해도 이건 너무 살살 쳤다.

약간 오르막인데 그렇게 약하게 쳤으니 볼은 절반도 안갈 것이다"

그러나 걱정 "뚝" 이었다.

볼은 슬금슬금 잘도 미끄러져 나갔다.

홀까지는 그럭저럭 도달할 것 같았다.

"어이구 다행이다.

투퍼트는 문제 없겠네"

그런데 "문제 없는 것 같은 소리"였다.

볼은 홀 근처에서 멈추기는 커녕 여전히,계속 굴렀다.

결국 볼은 "그린 OB"가 났다.

홀을 지나 4m 쯤이나 더 구르더니 아예 그린 밖으로 나가 버린 것.

"라인을 잘못 읽었네,어쩌구"는 부질없는 얘기다.

그린 빠르기도 빠르기지만 퍼팅위치,홀위치에 따라 3퍼팅이 불가피한 곳이 바로 오거스타내셔널이다.

바로 이런점 때문에 "마스터스는 퍼팅 승부"라고 치부된다.

그러나 최소 투퍼팅이 보장되는 위치에 볼을 올리려면 아이언샷을 잘쳐야 한다.

특히 저 유명한 12번(1백55야드),16번홀(1백70야드)등 파3홀에서 파를 잡아야 스코어가 유지된다.

파3홀에서 파로 막고 파5홀에서 버디를 낚는게 "마스터스 스코어링 공식".

자,그러면 우리의 김성윤은 이번에 어떤 골프를 칠까.

예제는 두 개이다.

하나는 "단순한 커트 미스".

그리고 다른 하나는 "80타만 안 넘으면 다행"이다.

너무 기를 죽인 건가.

하지만 마스터스 "첫 출전"은 기량싸움이 아니라 마스터스라는 단어가 주는 "중압감 싸움"이다.

김성윤 배짱이 좋기는 하지만 그곳까지 온 선수들 배짱은 다 거기서 거기다.

당신은 과연 어느쪽에 배팅할 것인가.

< 김흥구 객원전문위원 골프스카이닷컴 대표 hksky@golfsky.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