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등 첨단기술주의 주가폭락으로 세계증시가 몸살을 앓고 있다.

기술-미디어-통신주 이른바 TMT 주식중에는 최근 1~2개월새 반토막난 종목이 속출하고 있다.

최근의 이같은 현상에 대해 증시전문가들은 첨단기술주의 거품이 걷히고 있는 과정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최근 마이크로소프트(MS)에 대한 미국 법원의 반독점 유죄판결 등이 겹치면서 첨단기술주는 더욱 가파르게 추락하고 있다.

첨단기술주 열풍의 진원지였던 나스닥은 최근 1주일새 16%나 급락했다.

지난 3월10일의 사상최고치(5,048.62)에 비해서는 20% 가까이 떨어졌다.

이 정도면 조정국면 수준을 넘은 폭락장세다.

최근의 주가급락은 그러나 장기적으로 미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쳐 세계증시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주가하락으로 미 연준리(FRB)의 금리인상 시기와 속도가 늦춰지고 경기과열 현상도 누그러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최근의 주가하락세를 감안할때 연준리가 내달 16일에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금리를 올리지 않을 개연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금리인상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이는 주가에 호재로 작용한다.

그러나 월가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증시전망은 다소 유보적이다.

미 투자회사 페인웨버의 수석투자전략가 에드워드 커시너는 첨단기술주 주가는 40%가량 더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게다가 단기 급락에 따른 후유증도 우려되고 있다.

세계 주가가 추가적으로 더 조정을 받을 경우 세계증시는 단시일내에 회복세를 타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다.

최근 주가폭락의 원인은 첨단기술주의 본격적인 거품붕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때 나스닥증시의 주도주로 각광받았던 파운드리 네트웍스는 한달새 46% 빠졌고 버티컬넷은 67% 떨어졌다.

경제전문 APDJ통신에 따르면 상장된지 5년미만인 나스닥 상위 25개 인터넷업체의 싯가총액은 매출액의 1백배나 됐다.

아카마이 테크놀로지스의 경우 싯가총액은 매출액의 2천8백배를 웃돌았다.

대부분 기술주 주가가 실적에 비해 터무니없이 높다는 지적이다.

연준리의 금리인상 우려도 요인으로 꼽힌다.

연준리는 작년 6월이래 경기과열을 막기 위해 이미 5차례에 걸쳐 금리를 인상했다.

게다가 아직 추가금리인상 가능성도 남아 있다.

그동안 첨단기술주는 금리에 큰 영향을 받지 않았다.

실제 연준리의 금리인상 우려가 제기될 때마다 다우지수는 떨어지고 나스닥지수는 올랐다.

그러나 연준리의 잇단 금리인상은 투자비용을 높여 결과적으로 첨단기술주에 대한 투자위축을 가져 왔다.

첨단기술업체들이 최근 자금난을 겪고 있는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다.

인터넷업체들의 실적산정방식이 깐깐해진 것도 요인이다.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작년 가을 인터넷업체들의 매출 순익 산정방식을 명확하게 규정했다.

장부에 올리는 매출액의 경우 실제 매출이 발생하는 시점에 잡도록 했다.

인터넷 업체들이 수주계약을 한 시점에서 길게는 몇년씩 앞당겨 장부에 매출을 기록했던 관행에 쐐기를 박은 것이다.

이 조치로 당장 인터넷 업체들의 실체가 드러났다.

마이크로스트레티지의 경우 이 방식에 따른 실적 재조정으로 매출과 순익이 크게 줄어들었고 주가는 급락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첨단기술주들의 조정이 충분히 깊었던 만큼 반등 가능성도 그만큼 높아졌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게다가 미국 경기활황세가 한풀 꺾이고 있어 주가 전망이 어둡지만은 않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박영태 기자 pyt@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