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군사정권 시절 대학에 국민윤리학이라는 전공분야와 학과가 생겨 중.고교 "국민윤리"교사를 양산한 때가 있다.

당시 그들은 철학이 지적사고만을 강조해 국가나 사회,통일문제등 실천교육에는 미흡하다는 주장을 폈다.

반면 철학계에서는 "윤리학은 철학의 한 분과로서 철학적 사고의 함양이 없는 윤리학이란 그 실체를 상실한 것"이라며 "큰 집"을 외면하려는 "작은 집"의 횡포에 맞섰다.

학계의 이런 논쟁에 대한 그 당시 사회 여론은 모두 학자들의 전공이기주의에 따른 "파벌싸움""밥그릇싸움"이라는 비판에 치우쳤다.

과거 비정상적인 "국민윤리"과목이 그냥 정상적인 "윤리"로 바뀐 요즘도 중.고교 윤리교사 자격을 놓고 벌이는 학계의 실랑이는 그치지 않고 있는 것 같다.

교육부가 최근 교육학과 출신도 윤리교사로 임명하겠다는 방침을 밝힌데 대해 철학과 교수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학문의 전문성과 교육의 경제성원리에 배치된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교육학과 내에 42학점에 달하는 윤리관련 과목을 편성한다지만 당장 교육학전공 교수들이 윤리학을 가르칠 수도 없고 그러다보면 윤리교사의 질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언뜻 보면 교육학과 교수들과 철학과 교수들 사이의 또 한판 "밥그릇 싸움"이 벌어진 것 같아 보이지만 이번의 경우는 좀 다르다.

철학과 학생이 같은 학교 교육학과에 가서 교직과목을 이수하듯 교육학과 학생은 철학과에 가서 윤리학을 이수하면 되는데 왜 교육학과에 윤리학과목까지 설치해야 하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여러가지 혼란을 겪고 있다.

학자들은 그 근본적 이유를 그동안 젊은 세대의 윤리교육 가치관교육을 제대로 시키지 못한데서 찾고 있다.

이렇게보면 중.고교의 윤리교육만큼 중요한 것도 없고 전문성을 갖춘 윤리교사 양성도 그만큼 중요해진다.

교과목의 이름만 바꾼다고 해서 윤리교육이 제대로 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이번 교육부의 방침은 관리들이 아직 중등 교육의 상식 수준에서 윤리학이란 학문을 이해하고 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