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영기 < 삼성투신운용 대표이사 ykhwang@samsung.co.kr >

우리나라의 재계순위는 자산규모를 기준으로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정하는 계열사의 자산규모를 합쳐 "5대"니 "30대"니 하는 순위를 정하고 있다.

그런 기준에서 보면 작년 6월말 기준으로 현대 대우 삼성으로 순위가 매겨진다.

반면 외국의 경우처럼 싯가총액을 기준으로 순위를 매기자면 삼성 한국통신 SK 순이다.

미국의 경우는 자산순위를 기준으로 볼 때 작년 9월말 현재 GE 포드 GM의 순이다.

그러나 싯가총액 기준으로는 "올해 3월 현재" 마이크로소프트 시스코 GE 순이다.

최근 5천억달러가 넘는 싯가총액 규모로 1위 자리를 다투고 있는 시스코나 마이크로소프트의 경우 자산 기준으론 10위권에 진입한 적조차 없는 기업들이다.

자산이 많다는 것은 자기자본이 적은 회사의 경우 빚이 많다는 뜻이 되고,빚이 적은 회사는 자기자본이 많다는 뜻이 된다.

우리나라 기업의 경우 과거 압축성장과 차입경영의 관행 때문에 자산이 많다는 것이 곧 빚이 많다는 뜻이었다.

이것은 최근 외환위기의 한 원인을 제공하게 됐다.

빚 없는 회사의 경우라도 장부상의 자기자본보다 싯가총액이 낮은 경우도 있다.

이는 시장에서 그 회사의 장래전망을 어둡게 보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따라서 회사의 진정한 실력이야말로 싯가총액으로 표시된다고 할 수 있다.

굴뚝산업 최후의 수호자들은 애써 싯시가총액의 의미를 평가절하하려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는 주주와 시장의 평가에 반발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시장의 평가는 냉엄하다.

장기적으로 기업의 가치를 평가하는 가장 객관적인 잣대임을 부인할 수 없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기업에 대한 투자를 하는 경우에도 투자한 주식의 보유수량이 아닌 보유주식의 가치로 평가하는 것이 당연하다.

이제 우리도 양으로만 재계순위를 따질 것이 아니다.

굳이 따져야한다면 질적인 측면,즉 싯가총액으로 따지는 것이 옳지 않을까.

실속을 중요시하는 새로운 문화 속에 재계의 순위 재조정이 필요한 시점이 아닌지 재계 순위에 대한 또 다른 의미를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