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위눌림은 흔히 정신적 스트레스나 강박관념에 의해 생기는 것으로 알고 있다.

법적 송사에 휘말렸거나 재산상 큰 손실을 입었을때 가위눌리기 쉽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런 가위눌림은 의학적으로 수면생리의 교란으로 인한 "수면마비"로 다뤄진다.

수면마비는 수면시작 혹은 수면말미 동안 얕은 잠에 들었을때 나타나는 골격근의 마비현상이다.

꿈은 주로 얕은 잠에 들었을때 꾸게 된다.

이때 뇌파를 기록해보면 낮은 진폭의 혼합된 주파수가 톱니모양으로 나오고 안구가 빠르게 움직이며 근육의 긴장이 풀어진다.

혈압 및 심장박동의 변화가 심하며 발기가 이뤄진다.

이를 급속안구운동(REM)수면이라 한다.

가위눌림은 꿈꾸는 동안의 생리적 현상이 비정상적으로 나타날때 나타난다.

김인 고려대 안암병원 정신과 교수는 "의식은 깨어났는데 미처 근육의 긴장이 풀어지지 않은 상태로 있으면 가위눌림을 느끼게 된다"며 "확실치는 않지만 원인은 수면할때 운동근육을 조절하는 시스템의 미세한 변화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가위눌림은 수면 직후에 급속히 골격근의 마비가 나타나 1~4분 정도 지속되고 급격히 또는 서서히 끝나게 된다.

이때 어떤 소리를 듣거나 누군가 신체를 만지면 이러한 현상에서 쉽게 벗어나게 된다.

수면마비 동안에는 깨어있거나 반쯤 깨어있는 상태에서 움직이려 애를 써도 꼼짝을 못한다.

죽음에 대한 공포감이나 숨이 막히는 질식감을 느끼거나 환각을 경험하기도 한다.

골격근은 마비돼도 눈과 호흡기의 근육은 보존돼있어 숨쉬는데는 지장이 없고 안구는 심하게 움직인다.

흔히 아침에 잠에서 깰 때,특히 어린이나 청소년에게 나타나는 가위눌림은 만성화되는 경우가 극히 드물다.

전체 인구의 40~50%가 일생에 수차례 경험할수 있다.

X 염색체 우성으로 유전되는 수면마비도 있다.

그러나 그런 사례를 찾아보기는 힘들다.

김교수는 "만성적인 가위눌림의 가장 흔한 형태는 기면병에 의한 것"이라며 "대략 기면증 환자의 20~40%가 수면마비를 동반한다"고 말했다.

기면병은 수면-각성기전을 조절하는 뇌간의 기능에 이상이 생긴 것으로 추정되는데 <>낮동안 졸리고 <>갑자기 힘이 빠지는 탈력발작이 일어나며 <>가위눌리고 <>수면초입기에 환각에 빠지는 등 4대증상을 나타낸다.

김교수는 "기면병은 운전 교육 직무수행 대인관계 등에 막대한 지장을 준다"며 "안전사고를 예방하고 업무효율 및 대인관계 향상을 위해 꼭 치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어떤 형태의 수면마비든 불규칙한 수면습관,수면부족,수면-각성주기의 교란 등이 주된 요인"이라며 "이밖에 심리적 스트레스와 피로 등이 가위눌림을 유발한다"고 말했다.

만성화되지 않은 가위눌림은 대부분 치료가 필요없다.

유전성 및 기면병에 의한 가위눌림은 정신과적 약물요법과 상담치료가 필요하다.

약물요법으로는 항우울제나 각성제를 투여한다.

정종호 기자 rumba@ 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