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용규 < 강원대 법대 교수 >

검찰이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가 "검사동일체 원칙(검찰총장을 정점으로 상명하복의 조직체를 구성, 일체가 되어 활동하는 원칙"에 있기라도 한 듯, 사법개혁추진위원회(사개위)는 사법개혁안에서 이 원칙의"수정"을 시사했다.

즉 검사동일체 원칙의 법적 근거인 검찰청법 제7조 1항의 "검사는 검찰사무에 관하여 상사의 명령에 복종한다"는 현행 규정에 "검사는 상사의 부당한 명령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는 단서를 덧붙이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시도는 검찰을 도구화하는 정권이나 "권력의 시녀"라는 비판에 직면한 검찰이 법적 변명으로서 바로 위 조항을 내세우고 있다는 점에선 어느 정도 수긍이 가긴 하지만, 검사동일체 원칙을 오해한 것으로 보지 않을 수 없다.

이 시도는 "부당한 상명하복"까지도 이 규정 탓으로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오해는 나아가 같은 법 제8조의 "법무부장관은 검찰사무의 최고감독자로서 일반적으로 검사를 지휘 감독하고, 구체적 사건에 대하여는 검찰총장만을 지휘, 감독한다"라는 규정을 정치적 외풍을 차단하라는 본래의 취지에 반하여 정치권의 간섭을 정당화하고,친절하게 그 계통까지 일러주는 규정으로 변질시킨다.

이에 대한 예로 우리는 "임기제 검찰총장"이 법정임기를 채우기도 전에 법무부장관으로 임명되거나 임기가 끝나자마자 집권여당의 지구당위원장으로 지명된 일, "옷로비" 사건 관련자의 구속을 둘러싸고 담당검사와 검찰수뇌부가 갈등을 빚었던 일 등을 기억하고 있다.

원래 검사동일체 원칙은 검찰사무 처리의 신속성.통일성.공정성 등을 위하여 있(어야 하)는 제도다.

그러므로 이 원칙이 인정하는 "상명하복"은 상관의 직무이전권과 직무승계권의 범위에서 상관이 그의 지휘, 감독아래 있는 다른 검사로 하여금 해당검사의 권한에 속한 직무를 처리케 하거나 자신이 직접 처리할 수 있다는 의미일 뿐이다.

따라서 구체적 사건에 관한 검사 개인의 법적 판단에 상관이 개입하여 영향을 주거나 변경을 강요할 수 없다.

사건의 진실과 정의에 관한 판단은 검사 개인의 양심적인 결정의 문제다.

이에 대해서는 어느 검사도 상관의 지시에 구속되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개개의 검사는 검찰사무를 집행함으로써 독자적으로 법정의를 실현하는, "독립관청"으로서의 사법기관인 것이다.

또 검사는 "공익의 대표자"(같은 법 제4조)로서 검찰권을 행사해야하므로 피고인에게 불리한 사실뿐만 아니라 유리한 사실까지도 조사,공정한 재판이 되도록 객관적 입장에서 "실질적 변호"를 해야 할 "객관의 의무"도 진다.

따라서 검사는 수사의 개시와 종결, 각종 영장의 청구와 의견진술, 공소제기와 유지 그리고 구형과 같은 구체적 사건진행과정에서 그때 그때마다 실체적 진실에 관한 독자적인 판단을 "주체적"으로 내려야 한다.

바로 이점에서 검사를 "법관 뒤에 있는 법관"이라고도 한다.

요컨대 검사동일체 원칙은 검사의 지위에 관한 하나의 형식원칙에 지나지 않으므로, 이 원칙이 의미를 갖기 위해서는 "공익의 대표자"와 "객관의 의무"라는 실질원칙에 근거해야 한다.

그러므로 부당한 상명하복의 빌미가 검사동일체 원칙에 있다고 보는 시각은 오히려 이 원칙의 필요성과 검찰사무의 본질을 훼손시킬 뿐이다.

그리고 공무상 부당한 상사의 명령은 "이미" 현재에도 정당화될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사개위의 개혁안은 이 원칙에 대한 오해임은 물론 입법의 필요성조차 갖추지 못했다.

검찰불신의 원인찾기와 대책마련은 오히려 검사동일체 원칙에 대해 광범위하게 인식되어 있는 부당한 혐의를 벗기는 데서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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