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에 편중된 인력과 자본은 중소기업의 생존을 위협하며 입지를 잠식해왔다.

하지만 90년대부터 불어닥친 인터넷.정보통신 혁명은 오히려 대기업을 위기상황으로 몰아가고 있다.

대기업의 핵심인력들이 거액의 연봉과 스톡옵션을 안고 벤처기업으로 옮겨가고 사회 초년생들도 관료적인 대기업보다 자신의 창의력을 맘껏 발산할 수 있는 벤처기업을 선호한다.

불과 2~3년 전만해도 쉽게 상상할 수 없던 일이다.

대기업들은 21세기의 문턱에서 "세기의 메가트렌드(거대한 변화)"와 맞닥뜨린 셈이다.

KBS가 오는 9일 방송하는 일요스페셜(오후 8시) "거대 기업은 어디로 가는가" 는 현재 한국기업에 불어닥친 변화의 현주소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수 십년간 유지돼온 연공서열식 인사관행 파괴,파격적 발탁과 승진,사내벤처 조성과 외부벤처와의 기술제휴 등 현재 대기업에 일고 있는 변화의 현장을 찾았다.

또 인터넷.정보통신 혁명의 최전방에서 기업을 이끌어가고 있는 경영진들의 미래생존전략을 소개한다.

풍경 하나.

본사와 떨어진 외진 장소에 위치한 개발실에 모포와 라면까지 갖다 놓고 밤낮없이 연구에 몰두하는 사람들.

테헤란로의 벤처밸리에서나 볼 수 있던 광경이다.

하지만 벤처기업의 모습이 아니라 현재 국내 대기업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삼성전자의 "IPPCS(무선교환기)개발팀" LG전자의 "인터넷가라오케팀"은 벤처형 조직을 도입해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또 회사내 사람들조차 사무실 위치를 모를 정도로 극비장소에서 진행중인 사내 벤처의 현장도 모습을 드러낸다.

6개월동안 단 9백만원의 개발비로 세계최초의 네트워크 진단용 소프트웨어를 만들어낸 삼성전자의 1인벤처 "Netbugger".

첫해 매출액만 50억원을 꿈꾸는 그 주인공 한상은씨를 만났다.

최근 국내종합상사들은 21세기 생존을 건 포털전쟁을 벌이고 있다.

B2C에서 앞서 있는 삼성물산이나 B2B에 사활을 건 현대종합상사.현대종합상사의 정재관 사장은 "잠자는 시간만 빼고 온통 e-비지니스 생각뿐이다"고 말할정도다.

신동환 PD는 "국내의 여러 기업들을 돌아다니다보면 대기업에 일고있는 변화의 바람을 금방 체감할 수 있다"며 "불과 2~3년 사이에 불어닥친 인터넷과 벤처열풍이 대기업의 오랜 관행과 인식구조를 획기적으로 바꿔놓고 있다"고 말했다.

< 김형호 기자 chsan@ked.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