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디로 갔다가 어디서 돌아왔느냐. 자기의 꼬리를 물고 뱅뱅 돌았을 뿐이다. 대낮보다 찬란한 태양도 궤도를 이탈하지 못한다. 태양보다 냉철한 뭇별들도 궤도를 이탈하지 못하므로 가는 곳만 가고 아는 것만 알뿐이다. 집도 절도 죽도 밥도 다 떨어져 빈 몸으로 돌아왔을때 나는 보았다. 단 한번 궤도를 이탈함으로써 두번 다시 궤도에 진입하지 못할지라도 캄캄한 하늘에 획을 긋는 별,그 똥,짧지만 그대로 획을 그을 수 있는,포기한 자 그래서 이탈한자가 문득 자유롭다는 것을.

* 시집 "황금빛 모서리"에서

<>약력=1967년 인천 출생.서울대 국문과 졸업.1993년 시집 "황금빛 모서리"(문학과 지성사)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