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현실 전문위원>

최근 한국은행은 지식기반산업의 국민경제적 역할에 대한 분석을 내놓았다.

한은에 따르면 우리 지식기반산업이 짧은 기간 동안 급속히 확대되어 최근의 경제성장을 주도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물가안정 및 국제수지 흑자에도 크게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분석결과가 초래할 수도 있는 착각의 위험성이다.

우선 지식기반산업의 역할이 외환위기전과 크게 바뀐 것이 없다는 점이다.

지식기반산업의 GDP(국내총생산) 비중이 1999년에 20.5%라고 했지만 1996년에 이미 18%대로 진입했다.

지식기반산업의 성장기여율이 1999년에 45.6%라고 했지만 1997년에 46.7%에 이른 적도 있었다.

또한 한은이 인용한 대로 외환위기 이전인 1985년~1996년 기간에 우리나라 지식기반산업의 년평균 실질성장률은 OECD국가 중에서 최고였다.

지난 2년간 국제수지가 흑자였지만 지식기반상품의 역할만 보면 1999년의 95.7억달러 흑자나 1995년도의 83.8억달러 흑자나 별반 차이가 없다.

또한 지난 2년간 국제수지 흑자를 지식기반산업이 결정적으로 주도했다고 주장할 근거도 없다.

더우기 1998년은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였고 지식기반산업의 성장율 역시 저조했다는 점이 간과돼서는 안된다.

다음으로 지식기반산업이 우리 산업구조를 바꾸고 지속적인 성장을 견인해 나가야 한다는 당위성에도 불구하고 몇가지 우려스러운 측면이 가려져서는 안된다.

굳이 현재의 지식기반상품들의 원천을 따진다면 1980년대 말과 1990년대 초중반의 연구개발 투자에 기인한다고 봐야 한다.

외환위기 와중에서 공공연구소 및 기업연구소 부문에서 훼손된 연구기반이 초래할 향후의 부정적 효과는 아직 나타나고 있지 않은 셈이다.

공공연구소는 지금도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고 기업부문의 경우 거의 복원되었다고는 하나 한번 훼손된 연구잠재력의 실질적 회복에는 상당한 비용을 수반하게 된다.

이와 더불어 우리가 주시해야 할 부분이 벤처붐이다.

지금의 벤처붐은 지식의 활용을 크게 촉진할 것이다.

하지만 벤처붐이 지식의 창출 자체를 견인하는데는 한계가 있다.

또한 주주이익의 극대화,기업 의사결정의 단기화는 기초연구를 위협할 수 있다.

지금 대기업은 R&D보다는 A(acquisition)&D에 기업연구소 5천개 돌파를 주도한 벤처기업은 단기적 응용 및 개발연구에 각각 골몰하고 있다.

이것은 기업의 입장에서는 최선의 생존전략일 수 있다.

하지만 국가적으로는 그렇지 않기에 정부가 있는 것이다.

이제는 상당부분 민간에 맡겨도 될 응용 및 개발연구로부터 단계적으로 기초연구나 기초기술로 예산을 이동시키는 문제를 검토해야 한다.

지식의 공동화로 인한 지식기반산업 성장의 한계를 인식했을 때는 이미 때는 늦은 경우가 많다.

기초연구 못지않게 우리나라 지식기반산업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높은 것이 인력이다.

지식기반산업의 특성은 변화의 속도가 빠르다는 것이다.

국가 전략적 차원에서 체계적인 인력수급예측과 대응시스템이 필요한 이유가 거기에 있다.

인력은 정보통신업종만의 문제가 아니다.

새로운 모델의 제조업과 기술집약적인 금융서비스 등이 필요로 하는 인력까지 고려하면 문제는 매우 복잡해진다.

인력이 이미 지식기반산업의 성장 장애요인이 되었을 때는 해결방안이 단기간에 마련될 수 없기에 더욱 심각한 것이다.

통계에 가려진 것은 이것들만이 아니다.

첨단제조업 정보통신업종 등 지식기반산업 역시 부품 등 수입유발형 수출구조에서 예외가 아니다.

금융 등 서비스 부문은 생산성 향상을 기대하기에는 혁신기반이 아직도 취약하다.

정보통신을 기초로 새로운 제조업 모델을 창출하는 것도 큰 숙제로 남아 있다.

우리가 지식기반경제로 가는데 있어서 가장 큰 장애요인은 구조적 문제를 간과하게 만들 수도 있는 통계적 매직(magic)일지 모른다.

ahs@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