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찌의 대반격에 전전긍긍하는 선두주자들''

정유업계 막내인 에쓰-오일(옛 쌍용정유)은 지난5일 1년여의 연구끝에 연비를 최고 3.3% 개선하는 효과가 있는 "슈퍼클린+" 휘발유를 개발,15일부터 출하한다고 발표했다.

경쟁사들은 이에대해 "객관적으로 검증하기 어려운 내용으로 선전공세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지난 96년 쌍용정유 시절 질소화합물을 20% 줄인 제5세대 휘발유라고 광고했다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시정명령과 과징금을 부과받았던 적이 있다"며 에쓰-오일의 과거까지 들춰냈다.

에쓰오일 비난냈던 SK(주)가 9일에는 똑같은 첨가제를 넣은 고연비 휘발유를 발매한다고 발표했다.

SK(주) LG정유 현대정유등 다른 정유사들은 에쓰-오일이 최근 회사명 변경과 아람코의 경영권 인수를 계기로 다시 포문을 열었다며 바짝 긴장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오후 리터당 24원 인하한다고 기습발표했던 것도 특유의 치고나가는 전략의 하나.

국제원유가격 상승으로 리터당 약20원의 휘발유가격 인상요인이 발생했다고 주장하던 다른 정유회사들은 이날 심야긴급회의를 연끝에 "울며겨자먹기"식으로 에쓰-오일의 결정을 따라갔다.

"업계 시장점유율 꼴찌인 에쓰-오일만이 구사할 수 있는 마케팅전략"이라는게 경쟁업체의 분석.

휘발유 등유 경유의 국내시장점유율은 SK가 34.9%, LG 27.9%,현대정유(인천정유포함) 21.4%,에쓰-오일 15.8%의 순서.똑같이 휘발유 가격을 내리면 시장점유율 순서대로 타격(수입감소)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시장점유율이 낮은 에쓰-오일은 가격인하를 선도했다는 이미지를 살리면서 손실은 가장 적게 받는다.

이번 가격인하로 인한 정유사들의 4월 한 달동안 손실추정액은 약5백60억원.에쓰-오일의 부담은 88억수준에 불과한 반면 SK 1백95억원등 나머지 4백70여억원의 손실을 다른 정유사들이 고스란히 부담해야 한다.

에쓰-오일의 기습적인 가격인하는 다른 정유회사들에겐 공포의 대상이다.

한 회사가 기름값을 내리면 다른 회사는 그 가격으론 팔수록 손해지만 즉시 따라갈수 밖에 없는게 주유소 경쟁의 속성이라는 것. 연비향상 첨가제를 넣은 휘발유 출시도 선수를 치고 생색을 낸 것은 에쓰-오일이지만 하는 수 없이 뒤따라가는 SK는 시장점유율에서 선두이기때문에 가장 출혈이 클 수 밖에 없다.

에쓰-오일은 정유업계만이 가능한 꼴찌의 잇점을 십분활용하는데 정평이 나있다.

지난 89년 고옥탄 휘발유를 내놓고 95년엔 휘발유에 브랜드를 처음 도입하는등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경쟁업체들을 곤경에 빠뜨려왔다.

정유업계는 리더기업과 후발기업간에 마케팅전략이 판이하다.

SK LG등 선두그룹은 보너스카드서비스와 주유소 편의점 사업등을 통한 차별화 전략에 주력한다.

반면 주유소 네트워크에서 밀리는 에쓰-오일의 경우 이런 부대서비스를 많이 못하는 대신에 휘발유품질과 가격차별화에 초점을 맞춰 소비자를 파고든다.

SK와 LG 관계자들은 "도입원유가는 오르는데 보너스 카드등 부대서비스 경쟁도 힘겨운데 가격 경쟁까지 불이 붙어 영업상황이 최악"이라며 "에쓰-오일의 후속타가 뭔지 두렵다"고 말했다.

김성택 기자 idntt@ked.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