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FA의 국가위험도 분석은 유로머니지와 같이 투자환경에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니라 한 나라 경제전망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광범위한 변수를 감안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따라서 이번 평가결과는 향후 우리 경제정책 운용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 외환위기 극복과 정부의 경제간섭

외환위기 초기단계에서 정부의 경제간섭이 늘어나는 것은 당연하다.

정부 주도로 외환위기 극복을 위한 모든 과제를 추진하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 이후에 정부의 자세를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 하는 점이다.

당연히 외환위기 극복정도에 상응해 정부의 경제활동에 대한 간섭을 줄여 나가는 것이 남아 있는 위기과제를 좀더 빨리 극복하고 전체적인 국가위험도를 개선할 수 있는 길이다.

현 정부도 금년부터는 개혁과 구조조정을 시장경제원리에 맡겨 추진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그렇지만 이번 WEFA의 국가위험도 평가자료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실제로는 정부의 경제간섭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정부의 경제간섭에 따른 문제점

한 나라의 외환위기 극복과정에서 위기극복 정도에 따라 정부의 경제간섭이 개선되지 않을 경우 앞으로 계획돼 있는 개혁과 구조조정의 추진력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

특히 이번 WEFA의 평가에서 그동안 정부가 질책했던 민간과 관련된 항목의 위험도는 크게 개선됐다.

반면 경제간섭, 공공부채, 외채와 같이 정작 정부가 해줘야 할 항목의 위험도는 개선되지 않고 있다.

물론 공공부채나 외채항목은 정부에 책임을 완전히 떠넘길 성질의 것은 아니나 역시 정부가 주도적으로 맡아 개선해 줘야 한다.

앞으로 이러한 상황이 지속될 경우 현 정부 혹은 정책에 대한 신뢰도가 급속히 떨어질 우려가 있다.

가뜩이나 최근들어 사치재 수입이 급증하고 자동차 4사를 비롯한 산업현장에서 춘투가 확산되면서 "IMF 3년차 징후군"이 나타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남아 있는 위기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경제주체들로부터 도덕적 합의(moral suasion)을 구해야 한다.

만약 정부가 제 역할을 해주지 못한다면 이 마저도 불가능해질 우려가 있다.

<> 다른 항목의 위험도

정부의 경제간섭, 공공부채 항목과 함께 외채항목도 우리나라의 국가위험도를 개선시키지 못하는 요인으로 지적됐다.

점수가 높을수록 위험도가 큰 것을 의미한다.

우리나라의 외채항목에 대한 위험도는 6점을 받아 아시아 12개국 평균수준인 5점을 상회하고 대만 싱가포르 일본 등 경쟁 3개국의 평균수준인 3점보다 2배나 높게 평가됐다.

이는 한때 20% 내외까지 떨어졌던 단기외채 비중이 최근에 다시 30%에 근접하고 있는 점이 감안된 것으로 풀이된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그동안 우리나라 전체 국가위험도를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했던 기업가 신뢰항목은 이번 평가에서 5점을 받아 아시아 12개국 평균수준인 6점보다 밑돌았다.

노사관계 항목도 5점을 받아 아시아 국가 평균수준까지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특히 경제성장률에 대한 위험도는 4점을 받아 우리나라의 여타 평가항목 뿐만 아니라 아시아 국가중에서도 가장 역동적인 항목으로 평가됐다.

한상춘 전문위원 schan@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