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양측은 정상회담 성사를 위해 중국 상하이와 베이징을 오가며 숨가쁜 물밑접촉을 벌였다.

특히 이 과정에서 현대측 인사들이 깊숙히 개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양측간 남북정상회담 문제가 논의되기 시작한게 지난달 17일 상하이였다고 발표했다.

이날은 이익치 현대증권 회장이 상하이에 머물던 때.상하이의 한 현대 관계자는 "이익치 회장이 현대 경영권 파문과 관련해 상하이로 피신한 것으로 세간에 알려졌으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며 "이 회장의 상하이 방문은 남북문제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 회장이 상하이에 체류중 북한의 주요 인사들을 접촉했다고 확인했다.

이 과정에서 북한 고위층과 막역한 것으로 알려진 재일동포 로비스트인 요시다 다케시가 개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베이징의 한 관계자는 "당시 중국 베이징을 방문했던 북한 김영남 외상이 중국측에 한국과의 관계개선 의사를 전달,정상회담으로 가는 길을 열었다"고 분석했다.

지난달 29일에는 현대그룹 정몽헌 회장과 현대증권 이 회장이 다시 베이징을 극비 방문,북한의 아태평화위 송호경 부위원장과 접촉했다.

이 자리에는 이들 3인외에 어느 누구도 배석하지 않았다.

이 만남 역시 요시다가 주선한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 관계자는 "3인 회담에서 정상회담에 대한 커다란 구도가 마련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 북한 SOC지원사업에 대한 한국측 지원방안이 전달됐을 가능성이 높다.

이어 4월 4일에는 김대중 대통령의 사돈인 윤경빈 광복회 회장이 베이징에 들렀다.

그는 김대통령의 아들인 김홍일 의원의 대북라인으로 잘 알려진 인물.

윤 회장은 표면적으로 북한측과 백범 김구선생 추모사업을 협의하기 위해서 베이징을 방문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의 위치로 볼 때 정상회담에 대한 김대통령의 의중을 확실하게 전달하지 않았느냐는 추측이 신빈성을 더해가고 있다.

실제로 그의 베이징 방북을 전후해 청와대와 정부 일각에서 총선후 북한 특수가 예상된다는 등의 소문이 끊임없이 제기됐었다.

이같은 사전정지 작업을 끝낸후 박지원 문화부장관이 베이징에 들러 남북 정상회담에 대한 최종 협의를 마쳤다는게 베이징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베이징=한우덕 특파원 woodyhan@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