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전 대통령을 비롯한 전직 대통령들은 10일 새벽 황원탁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으로부터 사전 브리핑을 받고 한결같이 "김대중 대통령이 남북한간에 실질적인 화해의 물꼬를 틀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김 대통령께 축하의 인사를 전해 달라"고 말했다.

김 대통령은 이날 새벽 황원탁 외교안보수석을 전직 대통령들의 집으로 보내 그동안의 남북대화 추진과정과 정상회담 일정 등을 상세히 설명했다.

민족문제와 관련된 "중차대한 일"을 전직대통령께 설명하는 것이 도리라는 김 대통령의 판단에서였다.

황 수석은 새벽 6시 최규하 전 대통령의 집을 방문했다.

최 전 대통령은 "정상회담이 열리게 된 것을 축한한다. 남북한간에 경제교류협력문제에 대해서 많은 성과가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황 수석이 두번째로 방문한 전두환 전 대통령도 적극적인 지지 의사를 밝혔다.

전 전 대통령은 "북한에 대한 사회간접자본 지원의 의미를 일부 국민들이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면서 "국민들에게 이 점을 잘 이해시켜야 한다"고 충고했다.

북한의 경제가 어려워지면, 통일후에 비용이 엄청나게 들어가게 될 것이라면서 북을 실질적으로 돕는 것이 통일비용을 줄이는 길이라고 강조하기까지 했다.

재임 당시에 북한과 남북합의서를 이끌어 냈던 노태우 전 대통령은 "과거부터 진행돼 왔던 남북대화의 정신이 살아 있다"면서 "7.4공동성명과 남북합의서 등의 정신이 남북정상회담에 반영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은 또 "우리가 북한에 지원만 하는 것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지적하고 "이런 점에 대해서 정부가 국민을 바르게 이해시켜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김 대통령의 청와대 초청행사에 응하지 않던 김영삼 전 대통령도 만족감을 표시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김 전 대통령은 황수석의 설명을 들은뒤 "내가 재임기간동안에 하려고 했던 것인데, 이뤄지지 못해 아쉬웠었다"면서 "김 대통령에게 축하한다는 말을 전해 달라"고 말했다.

김영근 기자 ygkim@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