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이후 최초로 열리는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이산가족 상봉이 이뤄져 반세기동안 고향을 그리며 눈물로 세월을 보낸 실향민들의 아픔을 달래줬으면 좋겠습니다"

10일 오전 남북정상회담 소식이 전해지자 지척에 고향을 두고도 바라보기만하며 그리움을 달래온 실향민들은 이번 일이 잘 풀려 가족상봉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기대와 설렘으로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북한과 인접한 지역에 사는 주민들도 정상회담이 성사되면 남북한 간의 긴장이 풀려 접적지역이 "평화의 마을"이 될 것이라며 환영을 표시했다.

이북5도민회 이성남(63) 총무부장은 "지난 2월 중국에서 북한의 고향을 먼발치서 바라만 보고 왔다"며 "죽기전에 고향 땅을 밟아보는 것이 소망인데 이번 정상회담 합의로 죽기전에 소망이 풀릴 것 같다"고 기대했다.

북한에 아버지와 오빠 여동생을 두고 있는 김경애(68)씨는 "열세살때 혈혈단신으로 남쪽으로 내려왔다"며 "이번 회담이 이산가족 상봉으로 이어져 죽기전에 가족들 생사라도 확인하고 싶다"고 말했다.

남한 최북단에 위치,남북분단의 상징마을인 경기도 파주시 군내면 대성동마을 주민들은 이날 아침 일찍부터 논에 나가 못자리 내기 등으로 바쁘게 일하다 이 소속을 듣고 마을회관으로 모여 환호성을 올렸다.

전창권(55)씨는 "지난 94년 정상회담이 열린다고 했다가 김일성 사망으로 무산됐을 때 실망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며 "이번에는 꼭 정상회담이 이뤄져 통일로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남한 최대 실향민촌인 강원도 속초시 청호동 아바이마을 주민들도 흥분일색이었다.

부인과 딸,동생을 남겨두고 1.4후퇴때 월남했다는 여석창(73)씨는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가족문제가 아니겠느냐"며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산가족 문제를 꼭 다뤄 가족의 생사확인과 상봉이 이루어지게 애써달라"고 당부했다.

최근 북한의 일방적인 "서해5도 통항질서"발표로 긴장감이 감돌았던 백령도 등 서해5도 주민들도 "남북관계에 획기적 전기가 마련됐다"며 회담에 대해 높은 기대감을 보였다.

연평도 어민회장 신승원(61)씨는 "접적지역에 사는 어민들로서는 더이상 좋은 일이 없을 것 같다"면서 "북한이 서해5도 통항질서를 발표해 불안감을 감출 수 없었는데 이번 회담에서 남북한이 화해하는 중대한 계기가 마련된다면 앞으로는 마음놓고 꽃게잡이를 나갈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비전향 장기수 출신들이 모여 살고 있는 서울 관악구 봉천6동 "만남의 집" 식구들도 기대로 가득차 있었다.

30년간 복역하고 지난 92년 석방된 김석형(87)씨는 "비전향 장기수들이 고향땅을 밟을 날도 멀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김씨는 "지난 94년 김영삼 대통령 당시 김일성 주석과 회담날짜까지 잡아놓고 김 주석이 사망하는 바람에 무산됐을 때는 억장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고 회고하며 "이제는 더이상 바랄 것이 없다"고 감회를 털어놨다.

은평구 갈현동의 또다른 "만남의 집"에 사는 비전향 장기수인 우용각(71)씨는 "통일과 이산가족 등 민족문제 해결에 전환점이 마련되고 그동안 여러가지 사정으로 타결되지 않았던 국가보안법 문제 등 여러 현안들이 포괄적으로 해결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 양준영.유영석 기자 tetrius@ked.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