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6월12일부터 14일까지 평양에서 남북정상회담이 열린다는 남북한 당국의 동시발표는 정말 놀랍고 반가운 소식이 아닐수 없다.

갈등과 대립,그리고 불신으로 점철된 분단 55년의 암울한 역사를 청산하고 민족통일의 초석을 마련하는 계기가 될 역사적 결단인 만큼 이를 환영하고 반겨하는데 어떤 수사가 동원되더라도 결코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특히 이번 정상회담의 합의는 그동안 국민의 정부가 추진해온 햇볕정책,즉 포용정책과 그 연장선상에서 발표된 베를린 선언의 실질적 성과라는 점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사실 그동안 남북한 양측은 크고 작은 회담을 통해 상호협력 방안등을 협의해왔지만 주로 민간차원의 경제협력등이 주류를 이뤘고,특히 그같은 교류도 상호불신의 벽을 허물지 못한채 절름발이 형태의 불완전한 협력이 진행돼온게 사실이다.

이번 정상회담은 양측의 최고 통치자들이 만난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지금까지의 그같은 분위기를 일신시킬수 있는 위력을 지니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다만 그동안의 경험으로 보면 한치 앞도 내다볼수 없었던 것이 남북문제였다.

역대 정권이 남북정상회담 추진을 시도해 왔지만 결국 이뤄내지 못한 것은 그만큼 지난한 과제였음을 증명하는 것이다.

분단 55년만에 성사된 정상간의 만남을 준비하는데 있어서 한치의 소홀함도 없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적 합의를 바탕으로 양측의 상호이익을 도모할수 있는 전략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본다.

우선은 어떤 난관을 극복하고서라도 정상간의 만남 자체를 성사시키는데 최우선 순위를 두고 신중하면서도 유연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

어차피 남북한 간의 경제력 격차등을 감안한다면 다소의 비용부담이 뒤따르는 한이 있더라도 우리가 수용할수 있는 아량과 신축적인 자세를 갖는 것이 올바른 길이라고 생각한다.

당장은 비용지출이 수반된다 하더라도 장기적으로 우리경제에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대국적인 견지에서 장래의 통일비용을 조금씩 적립하는 것으로 간주해도 무방하기 때문이다.

지난 3월 김대중 대통령은 베를린선언을 발표하면서 "우리의 당면목표는 통일보다 냉전종식과 평화정착"이라고 밝힌바 있다.

이번 정상회담이 지향해야 할 목표가 아닌가 싶다.

그러자면 남북간의 모든 문제를 풀어보려는 지나친 의욕을 갖기보다 상호이익에 기초를 둔 경제분야의 협력을 활성화시키는데 우선 순위를 두고 회담에 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민간경제교류를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투자보장과 이중과세 방지 등 정부차원의 협정체결을 통해 민간기업들이 안심하고 투자할수 있는 여건조성은 한시가 급한 과제다.

북한의 도로 항만 철도 전력 통신 등 사회간접자본의 건설에 적극 참여토록 한다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협력사업의 우선순위가 두어져야 할 것이다.

물론 이산가족 상봉과 인적교류 확대등은 다른 차원에서 동시에 추진돼야 할 사안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남북정상회담을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무엇을 논의하느냐도 중요하지만 그 준비과정이 완벽해야 하고 이는 남북 양측의 상호신뢰가 전제되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실무회담의 구성이나 절차에서 부터 양측이 다같이 명실공히 정부를 대표해 전권을 위임받아 처리할수 있는 당국자들로 짜여져야 한다는 점도 유념할 필요가 있다.

남북정상회담은 결코 우리만의 관심사일 수는 없다.

남북정상회담 개최는 한민족의 염원일 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이 주목하는 사건이다.

정상회담이 성공적인 결과를 가져오기 위해서는 미국 일본 중국 등 주변국들의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정부는 주변국들과의 협력체제 구축에 소홀함이 없어야 할 것이다.

특히 남북 정상들이 마주 앉아 민족의 장래에 대한 솔직한 입장을 개진함으로써 상호이해를 넓힐수 있게 된다면 지구상 유일하게 남아있는 냉전체제를 청산하고 남북간 화해와 협력의 새로운 시대를 열어갈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물론 정상회담의 합의자체만으로 당장 모든 문제가 풀릴 것 처럼 지나치게 낙관하는 것도 문제가 없진않지만 이번 정상회담이 그 출발점이 되기를 진심으로 기대하면서 남북당국자들은 정치적 이해를 떠나 민족의 염원을 실현한다는 엄숙한 자세로 이번 회담을 준비하고 실질적 성과를 거두도록 최선의 노력을 함께 기울여야 할 것이다.

솔직히 정상회담 일정을 남북한이 동시에 발표하기는 했지만 낙관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아직 회담의제나 절차등 구체적인 합의는 실무회담에서 결정토록 돼있다.

또 만에 하나 잘못된다면 그에 따른 실망 또한 클 것이다.

성급한 예단이나 기대로 가까스로 합의한 정상회담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 없도록 정부는 물론 모든 국민들이 각별히 유의할 필요가 있다.

야당에서는 "총선용"이라거나 "신북풍 전략"이라는 논평을 냈다.

역사적으로 남북관계를 정치에 이용하려는 시도가 없지않았던데다 공교롭게도 총선일을 사흘 앞두고 발표돼 그런 오해를 살 여지가 없지않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민족의 운명과 관련된 남북정상회담의 역사적 중요성에 비추어 볼 때 정치적인 공방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국민들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결과적으로 국력의 낭비를 초래한다는 점에서 여야를 막론하고 남북관계를 정치,특히 총선쟁점으로 부각시키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