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현실(VR)은 가짜인가.

이 질문에 대다수 사람들은 ''물론''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어리석은 질문이라며 코웃음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언제부턴지 가상현실과 실제현실의 구분이 어려워졌다.

몇년 뒤에 그렇게 된다는 얘기가 아니다.

지금도 그렇다.

지난 7일 가상공간 다다월즈(www.dadaworlds.com)에 의류매장이 하나 들어섰다.

성도어패럴이 다다월즈 번화가에 건평 2백40평 규모의 3층짜리 점포를 낸 것.

이날 서울 명동 한복판에도 다다월즈점과 똑같은 모양의 매장이 문을 열었다.

이날 성도어패럴의 다다월즈점 앞에는 "축! 오픈"이라고 쓰인 커다란 현수막이 걸렸다.

구경 나온 사람도 적지 않았다.

매장으로 들어서는 순간 경쾌한 음악이 흘러나왔다.

매장 한복판에 서 있는 사람에게 물었더니 "명동점에서 틀어주는 것과 똑같은 음악"이라고 했다.

이 사람은 다다월즈 직원이었다.

아직 판매가 시작되지 않아 점원은 보이지 않았다.

다다월즈 직원은 "준비가 끝나는대로 성도어패럴이 이곳에서도 옷을 팔 예정"이라고 설명해 주었다.

옆에 있던 "리치웨이"란 사람은 직원에게 입점에 관해 한참 묻더니 "이곳에 호주점과 뉴질랜드점을 열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곳에서 운영중인 사이버여행사를 이곳으로 옮기고 싶다며 매장을 내는데 얼마나 드는지 견적서를 받아보고 싶다고 했다.

광장에는 많은 아바타(분신)들이 서서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나이를 묻기도 하고 어디 사느냐고 묻기도 하고...

귓속말을 주고받는 이들도 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대빵"이란 사람이 기자를 알아보고 말을 걸어왔다.

다다엑스포의 천병년 사장이었다.

"대빵"은 기자를 "친구"로 등록하더니 다다월즈 이곳저곳으로 데리고 다니며 설명해 주었다.

맨먼저 들른 곳은 한솔CSN 매장이었다.

상품만 진열되어 있을 뿐 아직 물건을 팔고 있지는 않았다.

그러나 "대빵"은 "머잖아 이곳이 서울 한복판에 있는 어떤 매장 못지않게 붐빌 것"이라고 자신있게 말했다.

현대자동차 매장에는 한복판에 빨간색 티뷰론 승용차가 놓여 있고 광고음악이 흘러나왔다.

이밖에 삼성증권 외환카드 등 여러 매장들을 둘러보았다.

"대빵"은 현재 1백50여개 업체가 다다월즈의 땅을 분양받았고 이 가운데 20여개 업체는 매장 건설공사를 마치고 영업준비에 한창이라고 알려주었다.

분양가는 위치에 따라 다르지만 평당 10만원 내지 20만원은 된다고 했다.

이 정도면 현실세계의 시골 논 시세와 비슷하다.

"대빵"은 다다월즈에 대해 "가상세계가 아니라 실제세계"라고 강조했다.

기업 뿐이 아니다.

서울경찰청도 다다월즈에 민원실을 내려고 준비하고 있다.

미국 워싱턴주정부도 사무실을 열고 상품을 전시할 예정이다.

다다월즈를 운영하는 (주)다른생각 다른세상은 이곳에 대규모 공동묘지와 기념관도 개설하고 심지어 국가까지 유치할 계획이다.

"대빵"은 자신이 경영하는 다다엑스포에 관해 "각국 상품을 전시해 놓고 상담하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곳에 전시관을 두면 해외지사 없이도 해외시장을 개척할 수 있게 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현실이 꿈이고 꿈이 현실이다"는 말을 남기고 작별인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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