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과 한미은행이 사이버 공간에서만 운영하는 인터넷뱅크를 연내 설립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조흥은행도 2002년까지 사이버뱅크를 설립하겠다는 목표를 밝힌 바 있어 시중은행간 인터넷뱅크 선점을 둘러싼 치열한 경쟁이 예고되고 있다.

김승유 하나은행장은 11일 "전자금융 강화를 위해 사이버 대출이나 예금을 전담하는 인터넷뱅크를 설립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김 행장은 이를 위해 지난주 미국 실리콘밸리의 전자금융업체와 컨설팅회사를 방문했다.

김 행장은 "기업과 기업간 전자상거래 발전에 맞춰 인터넷을 통해 자금결제할 수 있는 전자금융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하나은행은 이에앞서 미국 시티그룹에서 일했던 송갑조씨를 정보통신담당 부행장(CIO)으로 영입,전자금융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신동혁 한미은행장도 "인터넷뱅크를 자회사로 설립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 행장은 대주주인 BOA(뱅크 오브 아메리카)가 기술 등을 적극 지원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신 행장은 "BOA가 아닌 외국의 인터넷비즈니스업체와 합작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인터넷뱅크가 설립되기에는 아직 걸림돌이 많다는 것이 은행권의 고민거리다.

무엇보다도 전자금융 시스템 구축을 위한 초기 투자비가 많이 들어간다.

한미은행은 초기 투자비로 5백억원가량을 예상하고 있다.

또 인터넷뱅크가 한국에서 뿌리를 내려 수익을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영국의 에그뱅크 등 인터넷뱅크들이 급속도로 외형을 확대하고 있지만 수익성 측면에서는 아직 결론은 나지 않았다.

국내 제도가 기반을 갖추지 못한 점도 문제다.

인터넷뱅크 설립과 관련된 법규가 아직 정비되지 않은 것이다.

최근 동양종금과 하나로통신이 추진한 인터넷뱅크 설립방안도 이같은 제도 미흡으로 표류하고 있는 상태다.

김승유 행장은 "국내 제도가 하루빨리 정비되는 것이 급하다"고 지적했다.

김준현 기자 kimjh@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