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남북정상회담 협의는 북측이 판문점을 통해 제의해와 시작됐으며 상하이와 베이징에서 모두 6차례의 특사회담을 가졌다고 박지원 문화관광부 장관이 11일 기자간담회에서 밝혔다.

<>.김대중 대통령의 긴급 지시를 받고 건강검진을 해야 한다며 휴가를 낸뒤 3월17일 상하이로 갔다.

예약자 명단에는 일단 Park Jei Won으로 기록, "박제원"으로 읽히도록 해두고 수행비서가 수속을 하면서 수정했다.

당시 공항 관계자들이 나를 알아봤지만 "개인 일로 가는 것이니 알리지 말라"고 당부했다.

상하이에 도착한 후 18일까지 네차례 회담을 가졌지만 성과없이 19일 귀국했다.

<>.회담이 진행되면서 남북간 언어이질성이 심화되고 있다는 것을 절감했다.

송 위원장은 "분단상황에서 "중대한 사변"을 마련하기 위해 나왔다"고 말했다.

순간 깜짝 놀라 정확한 뜻을 묻자 송 위원장은 "역사적으로 중요한 사건이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끝날 무렵 송 위원장이 "인차 연락하겠습니다"라고 말해 다시 뜻을 묻자 "곧 연락하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밖에 "7.4 공동성명 정신에 립각해" 등 생소한 말들이 많았다.

<>.4월8일 베이징으로 향할 때 주말인 점을 고려, 성묘하러 다녀올 것이라는 핑계를 댔다.

집 전화번호를 바꾸고 휴대전화도 꺼뒀다.

회담을 재개했지만 합의문 "제목"에 대해 의견이 엇갈렸다.

송 위원장은 "보도문"으로 하자고 했지만 나는 "역사적 합의문을 보도문으로 표현한다면 한국 기자들과 국민 모두가 웃을 것"이라며 반대했다.

3시간여의 실랑이 끝에 "남북합의서"라는 우리측 제목을 관철시켰다.

강동균 기자 kdg@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