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경제협력이 성공하려면 "돈"이 문제다.

어디서 얼마나 자금을 동원할수 있느냐가 남북경협 성공여부를 가름하게 된다.

정부는 가용 자금을 동원하되 국제기구들이 북한을 지원할수 있도록 측면에서 돕는다는 입장이다.

북한이 일본과 국교정상화 협상을 진행중이고 미국과의 관계도 개선되고 있어 북한이 개방에 나설 경우 미.일 자본도 상당규모 북한측에 투자될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투자는 어디까지나 북한이 개방.개혁정책을 취하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어 북한 당국의 태도가 최대 관건이다.

<> 한국정부의 직접 지원 =대북 경협에 쓸수 있는 자금은 남북협력기금,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한국국제협력단자금 등이다.

남북협력기금은 올해 8천8백21억원 조성이 계획돼 있다.

이 가운데 현재 남아 있는 자금은 4천2백억원으로 모두 남북경협에 쓸수 있다.

EDCF 자금은 9천억원중 올 집행예정인 2천억원을 뺀 7천억원 정도가 사용 가능하다.

한국국제협력단자금은 4백억원 가량이다.

최대 1조1천여억원을 쓸수 있는 셈이다.

기획예산처측은 "1차로 남북협력기금을 사용하고 부족할 경우 EDCF자금과 국제협력단자금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남북협력기금은 남북간 상호교류와 협력사업을 지원하는데 필요한 자금을 확보, 남북교류협력의 촉진과 민족공동체 회복에 기여할 목적으로 지난 90년 8월1일 제정된 "남북협력기금법"에 따라 설치됐다.

정부출연금과 운용수익금을 재원으로 조성되고 있다.

정부는 남북경협 초기단계에선 소요자금이 그렇게 많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장기적으론 크게 늘 것으로 보고 남북협력기금 확충, 통일국채 발행 등도 검토할 방침이다.

기획예산처는 정상회담 이후 구체적 사업내역이 나오는대로 재원소요를 파악해 내년 예산편성시 남북협력기금에 대한 정부출연금 확대 등을 반영한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 국제기구 지원 =세계은행(IBRD)과 아시아개발은행(ADB), 국제식량농업기구(FAO), 국제통화기금(IMF) 등의 자금도 북한측에 지원될수 있다.

이들 국제기구는 개도국에 많은 자금을 장기저리 조건 차관 형태로 제공하고 있다.

IBRD와 ADB가 베트남 개방이후 고속도로 건설및 전력설비, 농업개발용 등으로 94년부터 97년까지 26억달러 가량을 지원한게 그 사례다.

정부는 북한이 베트남처럼 이들 국제기구 자금을 활용할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헌재 재정경제부 장관은 "이들 국제기구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으려면 회원가입이 전제 조건"이라며 "김대중 대통령이 이미 북한측의 APEC(아.태경제협력체) 가입 지원을 밝힌 것처럼 북한의 국제기구 가입을 적극 돕겠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북한측이 순조롭게 가입할수 있도록 국내 국제기구 전문가를 지원해 주는 방안을 제시했다.

정부는 내달 태국에서 열리는 ADB 총회에서 북한측의 ADB 가입 지지 의사를 밝힐 것으로 전해졌다.

또 필요할 경우 북한이 국제기구로부터 빌리는 자금에 지급보증을 서주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국제적 지원 가운데 특히 관심을 끄는 것은 북한의 대일 청구권 자금이다.

북한은 현재 일본과 국교정상화 협상을 진행중으로 과거 식민지 시대 피해보상차원에서 일본에 청구권 자금 지원을 요청중이다.

규모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으나 50억달러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남한이 지난 60년대 대일 청구권 자금 등을 받아 경제개발을 시작했던 것처럼 북한도 이 자금을 경제개발에 활용할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 북한과 미국과의 관계가 완전 개선돼 북한에 대한 미국측의 경제제재(엠바고) 조치가 풀릴 경우 미국도 자금을 지원할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 KEDO 방식 지원 부상 =북한이 확실한 개방 정책을 천명할 경우 국내외 민간기업들의 투자도 큰폭으로 늘것으로 보인다.

단독이나 컨소시엄을 구성해 북한에 투자할 것으로 예상된다.

초기단계에선 단독보다는 컨소시엄 방식이 유력하며 컨소시엄 대상은 기업들끼리보다는 국제기구와의 협력이 주류를 이룰 가능성이 크다.

이와 관련, KEDO(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 방식이 유력한 대북 경협모델로 부상하고 있다.

북한에 원자력 발전소를 건설해 주는 프로젝트인 KEDO 사업은 미 국 유럽 일본 한국 정부 등이 지급을 보증하고 기업들이 북한에서 공사를 진행하는 방식이다.

국제기구나 한일 정부 지급 보증아래 민간기업들이 북한에서 사업을 하는 것이다.

이는 기업측으로선 큰 리스크없이 북한에 진출할수 있으며 국제기구로서도 보다 확실한 지원을 할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강현철 기자 hckang@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