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갈릴레오 이전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

고대 그리스에 올림푸스 산이 있다면 고대 인도에는 메루(meru)산이 있다.

동쪽은 금,서쪽은 은으로 돼있는 이 산은 거북 등위에 얹혀있다.

신들은 메루산에서 노닐며 바다를 휘저어 불멸의 양식을 만든다.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 이전 인류의 우주관을 종합한 "갈릴레오 이전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을까"(에디트 위제.프랑수아 베르나르 위제 저,문신원 역,이끌리오,1만5천원)가 출간됐다.

고대 이집트부터 중세 이슬람까지 "그들 나름"의 세계관이 총망라됐다.

첫장은 신화다.

스칸디나비아 반도의 바이킹은 거대한 뱀이 우주를 똬리틀고 있다고 믿었다.

대재앙의 날 뱀이 똬리를 풀면 엄청난 혼란이 찾아온다.

고대 이집트인은 사자머리의 신이 철(금속)로 만들어진 하늘을 들고 있다고 생각했다.

메소포타미아의 마르두크신은 바다신의 몸을 절단,하늘과 땅을 만들었다.

침은 구름,눈은 티그리스와 유프라테스강으로 변했다.

대홍수는 성경에만 나오는 이야기가 아니다.

마우리족 전설에 따르면 옛날 거대한 개구리가 세상의 물을 모두 마셔버렸다.

다른 동물들은 개구리를 웃겨서 물을 토하게 했는데 홍수를 일으킬 정도로 많았다.

인도 리그 베다(힌두교 경전)는 신의 입에서 브라만,팔에서 전사(크샤트리아),넓적다리에서 평민(바이샤),발에서 하인(수드라)이 탄생했다고 카스트를 합리화한다.

신화의 숲을 지나면 철학의 평원이 열린다.

달빛은 태양의 반사임을 발견한 탈레스가 그 시조다.

페리클레스의 스승이었던 아낙시만드로스는 태양을 열내는 돌덩어리라고 선언했다가 불경죄로 기소됐다.

그는 인간이 물고기의 후손이라는 급진적인 진화론은 폈다.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 이전 최대 화제 인물은 단연 피타고라스다.

삼각형 정리로 유명한 그는 광신도집단의 교주였다.

헤르메스의 아들로 트로이전쟁 이전의 생을 모두 기억하고 있는 피타고라스는 6의 세제곱인 2백16년을 기다려 인간으로 환생,조로아스터교의 신과 대면했다.

3백명에 달하는 제자들은 엄격한 공동체생활을 하며 피타고라스를 떠받들었다.

믿을 것은 오직 수(數)뿐이었다.

오늘날 피타고라스학파라 불리는 이들은 당대 망상을 쏟아내는 반사회적 "히피" 취급을 받았다.

피타고라스 자체가 실존인물이라기 보다 하나의 전설로 기억된다.

니체와 횔덜린에 영향을 끼친 엠페도클레스는 하늘로 돌아간다며 애트나 화산 분화구에 몸을 던졌다.

그는 세상이 공기 물 흙 불의 네가지 요소로 구성됐으며 사랑과 미움의 원리에 따라 움직인다고 믿었다.

"사람은 같은 강에 두번 발을 담글 수 없다""투쟁은 모든 존재의 아버지다"는 말은 헤라클레이토스에게서 나왔다.

프롤레마이오스,케플러,코페르니쿠스...

중세이후 지구 중심의 세계관은 무너졌다.

갈릴레오재판 33년전 지오다노 브루노는 지동설을 주장하다 화형당했다.

영국 엘리자베스여왕의 존경을 한몸에 받았던 대학자는 8년간 구금된채 "전향"을 강요당했다.

종교재판관은 설득작업이 수포로 돌아가자 "회개하지 않는 이교도"를 처형했다.

오늘날 브루노재판은 사라졌다.

그러나 빅 뱅이 성경에서 말하는 창조의 순간인지,우주의 기원과 미래에 대한 의문은 여전하다.

< 윤승아 기자 ah@ked.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