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롬기술과 네이버컴의 합병이 무산됐다.

새롬기술은 두 회사의 합병계획을 취소하고 네이버컴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협력키로 했다고 밝혔다.

새롬기술은 네이버컴의 유상증자에 참여,지분 10%를 2백50억원에 인수키로 했으며 투자자금 확보 등을 위해 외자를 유치했다고 덧붙였다.

새롬기술은 최근 코스닥시장의 침체로 새롬기술의 주가가 큰폭으로 하락,주식맞교환방식을 통한 합병 자체가 사실상 어려워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예견된 "결렬"=두 회사의 합병무산은 합병의 실질적인 효과에 대한 의문제기와 새롬기술의 주가하락 등으로 어느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합병계획에 결정적인 타격을 입힌 것은 새롬기술의 주가폭락.

새롬의 주가는 합병 발표시점인 지난달 16일 11만7천원에서 12일 현재 6만2천3백원으로 거의 반토막났다.

합병발표때 두 회사는 네이버의 기업가치를 새롬의 25%선에서 산정키로 잠정적인 합의를 봤다.

양사의 자본금 규모를 감안하면 대략 새롬 4주에 네이버 1주를 교환하는 비율로 주식맞교환이 이뤄지는 셈이다.

그러나 주가하락으로 새롬의 싯가총액이 4조여원에서 2조원대로 곤두박질치자 네이버의 가치도 1조원에서 5천억원대로 떨어지게 돼 합병비율에 대한 조정이 불가피해졌다.

이 과정에서 양사의 갈등은 첨예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해진 네이버 사장은 "기업가치 산정 등 합병에 대한 세부적인 의견차이를 결국 좁히지 못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합병효과"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때문이었다는게 관계자의 얘기다.

두 회사는 사업분야가 다른 인터넷업체간 합병이란 점에서 시너지 효과가 클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업계나 증권가에서는 네트워크서비스인 "다이얼패드"와 검색엔진인 "네이버"가 결합을 통해 얻는 실질적인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당사자인 네이버도 시너지효과보다는 코스닥 등록 추진이 여의치 않자 합병을 통한 간접적인 방식의 기업공개로 손쉽게 자본이득을 취하려는 의도가 더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합병조건이나 구체적인 합병일정조차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서둘러 발표된 합병안은 투자자들에게 "신뢰"를 심어주지 못했고 "주가 견인을 위한 의도적인 플레이"라는 혹평까지 들었다.

<>삼성의 개입설=삼성이 두 회사의 합병계획에 깊숙히 관여돼 있다는 지적은 발표시점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다.

양사 합병이 삼성SDS에서 분사한 네이버와 삼성관계사들이 투자한 새롬을 합쳐 사살상 "관계사화"하겠다는 삼성의 사업구상에 따라 추진됐다는 것.

삼성의 이같은 구상은 비록 합병이 무산됐지만 폐기된 것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두 회사가 협상과정에서 상당한 진통과 갈등을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완전히 결별하지 않고 새롬이 네이버에 지분참여하는 방식으로 "혈맹"관계를 맺었다는 사실이 이같은 분석을 뒷받침하고 있다.

<>업계 파장=이번 합병이 국내 인터넷 업체간 대형 인수합병(M&A)로 주목받은 만큼 결렬로 인한 파장도 클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시너지효과보다는 "전시효과"를 노리는 인터넷M&A는 주춤해질 것으로 보인다.

뚜렷한 인수합병의 효과를 제시하지 못할 경우 투자자들로부터 강한 반발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구체적인 인수합병 조건없이 단순 합의만으로 서둘러 발표하는 인터넷업체들의 기존 행태도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송태형 기자 toughlb@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