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4월 13일,총선의 날이 왔다.

대다수 국민들은 개운치 않은 기분에서 불가피한 선택을 해야하는 날이다.

아리스토파네스(기원전 450~385년)는 이렇게 말했다.

"당신은 인기 정치인의 특징을 죄다 가졌군요. 지긋지긋한 목소리,나쁜 행실,그리고 천박한 태도를 보니까"

고대 그리스 이후 정치무대 인물들은 개선되지 않았다.

부정한 돈 먹기,돈 뿌리기를 더하면 우리 정치인의 모습이 보인다.

흔히 국회의원을 가리키는 선량이라는 말은 특별하게 착하고 어진 사람이란 뜻이 아니다.

현대사회에서 도덕성을 유일한 기준으로 삼을 수 없고 후보자의 덕성이 홍보유인물이나 본인이나 운동원들의 깊숙한 허리인사에서 드러나는 것도 아니다.

능력과 자질도 역시 그러하다.

결국 불완전한 정보를 토대로 모두 고만고만한 입후보자들 가운데 상대주의 잣대로 뽑는 게 유권자의 선택이다.

이렇게 보면 정보가 비교적 노출된 기성세대 후보들과 정보가 가리워진 소위 386세대 후보들의 입장이 다르다.

지난날 공적 사적 행적들이 잘 드러난 기성 정치인들은 선거 홍보물보다 유권자 머리속에 입력돼 있는 정보들에 따라 당락이 결정될 것이다.

과거 행적이라야 대부분 학생운동 정도가 고작인 젊은 후보들은 참신성과 개혁의 기치를 내세우고 있어 동년배들의 호응이 예상된다.

그러나 40년전 한국 정치의 대변혁을 이룬 4.19 주역들을 비롯한 지난날 숱한 개혁세력들의 흉물스런 변신을 지켜본 사람들은 오늘날 386세대 후보들의 내일을 쉽게 점칠 수 있어 후한 점수를 주기 어렵다.

다행스럽게도 금번 총선에는 시민연대의 자극으로 후보자의 병역 재산 납세 등 관련정보가 공개돼 국민의 선택에 도움을 준다.

의심스런 병역문제,탈세의혹이 짙은 납세실적은 감점대상이 아닐 수 없다.

납세실적이 전무한 후보는 정상적 생업의 길을 저버리고 학원과 가두에서 "애국"행위를 일삼아 온 직업으로서의 정치지망생이었음을 드러낸다.

생업을 가지고 소득세 재산세 등 납세행위를 통해야 체험적 애국심이 뿌리내린다.

긴 세월 성실납세를 통해 축적한 오늘의 재산이 탄탄해야 내일 자신의 부패를 예방하는데 힘을 얻을 수 있다.

굶주린 배는 포만 욕구 때문에 인간을 부정한 유혹의 손길에 약하게 만든다.

세속적인 출세의 기본요건중 하나는 후안무치한 배짱이라한다.

작고 큰 사업에서 넉살 좋은 철면피,두둑한 배짱없이 성공할 수 없다고 한다.

한국 정치판의 고단수들이 거의 예외없이 주장과 명분을 빈번하게 바꿔 온 것은 우둔하게 충성스런 자기지역을 빗장질러 독차지하고 지역감정 타파를 앞세워 타지역의 울타리를 넘으려는 전략 때문이었다.

이는 여야 어느 한쪽만의 잘못이 아니다.

선거때만 되면 서로 닮은 선거공약을 남발하고 그 후에는 남발한 공약을 휴지조각으로 만들 철면피가 득실거린다.

그러나 선거공약은 믿을 게 아니다.

총선처럼 지역개발사업을 다짐하는 약속은 더욱 그러하다.

거시적으로 보면 특정지역마다 개발사업들을 총합계하면 정부예산을 몇배 초과할 뿐만 아니라 전국의 균형된 발전을 저해하기도 한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지역발전 공약은 후보가 개인 주머니 돈이 재원이 아닌 경우 속 빈 약속이다.

국민의 머슴,심부름꾼이기를 후보들은 앞다투어 다짐한다.

유세중에 어떤 약속인들 못할까.

지역구민의 혼인과 장례 때를 챙기고 때로는 인사문제에 도움을 주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결국 국민위에 군림하려 출마한다는 것을 모를만큼 순진한 국민은 없다.

유세시에 겸손이 당선 후의 거드름으로 바뀌어도 상대적으로 변신의 속도가 더딜 것으로 예상되는 사람을 선택해야 한다.

민주주의가 이론상 최상의 정치제도는 아니지만 현실적으로 가능한 제도중에서는 어느 것보다 열등하지 않다.

주권재민 원칙에 따라 국민이 직접 참여하는 제도가 선호되지만 여러 가지 현실적 제약 때문에 간접민주제도가 고안됐다.

이렇게 창출된 의회지만 의원의 자질문제는 불가피하다.

이런 의미에서 국회는 필요악이다.

국민의 이익만을 대변한다는 정치인들의 말은 빈말이다.

불우했던 A 링컨(1809~65)은 젊은 나이(28세)때 이미 일리노이 주의회에서 비범한 연설을 했다.

"정치인들이란 국민의 이해관계와 동떨어진 이해관계를 가진 사람들이며 대부분 정직한 사람들과는 거리가 먼 사람들이다. 내 자신이 정치가니까 아무도 내 말을 인신공격이라고 볼 수 없기 때문에 자유롭게 말할 수 있다"고.

금번 총선은 "20락 30당"이란 말이 있을 정도로 극도로 혼탁했고 묘한 시점에 남북정상회담 개최예정이라는 북풍이 때맞춰 불었다.

양식있는 국민은 알것은 안다.

그래도 투표에 참가하자.

장래 한국 "링컨"이 진창속에 숨어있을 수도 있다는 희망을 버리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