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격전지로 분류된 지역의 투표소 주위는 "출구조사 경영장"을 방불케 했다.

한국갤럽,코리아리서치 등에서 나온 조사요원들은 이른 새벽부터 투표소 근처에 자리를 잡고 유권자들을 기다렸다.

이들 조사요원들은 빠른 출구조사 집계를 위해 무선단말기 등의 최첨단 장비를 동원했다.

갤럽의 한 출구조사원은 "이번 선거는 여야만의 승부는 아니다"며 "정확한 선거결과 예측을 위한 조사기관들간의 대결도 치열하다"고 말했다.


<> 일본 야쿠자를 살해한 죄로 일본형무소에 수감됐다 지난해 석방된 권희로(72)씨는 이날 생애 처음으로 고국에서 주권을 행사했다.

권씨는 13일 오전 10시30분 부산시 연제구 거제1동 거학초등학교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후원자인 삼중스님과 함께 투표를 했다.

투표를 마치고 나온 권씨는 "귀국후 한국인이 되기위해 노력해왔지만 실감하지 못했으나 이렇게 투표까지 하고보니 이제 진짜 한국인이 된 것같아 감격스럽다"고 기뻐했다.

수원 안양 등지에 사는 탈북자들도 13일 난생 처음 접해보는 자유.비밀선거 방식의 국회의원 선거에서 고귀한 투표권을 행사했다.

이들은 투표관리종사원들에게 투표절차에 대해 설명을 듣은 뒤 기표소로 들어서는 등 처음 해보는 비밀투표에 다소 낯설어 하는 모습을 보였다.

<> 선거일인 13일 경기지역의 골프장들은 ''휴일''을 즐기려는 골퍼들로 초만원을 이룬 반면 설악권 관광지는 산불의 여파로 설렁한 분위기를 보여 대조적이었다.

용인시 모현면 레이크사이드 컨트리크럽(54홀)에는 2백44팀(7백40-1천명)의 내장객들이 몰려 평일 2백팀(6백여명)을 크게 웃돌았다.

군포시 구곡동 안양베네스타골프장(18홀)에도 평일 40팀에 비해 20팀이나 많은 60팀이 찾았다.

그러나 국립공원 설악산에는 오전 10시30분까지 8백여명이 입장, 평상시 토.일요일 수준에 크게 못미쳤다.

<> 낙도인 전남 신안군 압해면 우간도 주민들은 13일 오전 9시께 소형어선을 타고 투표소가 설치된 큰 섬으로 나와 1백% 투표를 마쳤다.

총 주민 58명중 유권자가 53명인 우간도는 이날 오전 8시 30분께 마을 이장 소유의 1t급 소형어선을 이용해 유권자 모두가 뱃길로 10분거리인 압해도로 나와 쌍룡분교에서 투표를 했다.

<> 이날 선거에서는 마을버스를 무료로 태워주고 소방서 119구급대가 병원입원 환자를 투표소로 이송해주는 등 갖가지 미담사례가 쏟아졌다.

전북 부안군 위도면 위도에서 단 1대뿐인 마을버스를 운영하고 있는 주원훈(58)씨는 평소 구간별로 5백-6백원을 받던 마을버스 차비를 받지않고 섬주민 6백여명을 투표소까지 태워줬다.

경북 안동에서는 안동소방서가 시내 각 병원에 입원중인 환자 15명을 119구급차로 거주지 투표장소까지 이송, 투표하도록 편의를 제공했다.

충남 예산군 광시면 제2투표소인 광시초등학교에서는 예산군의 최고령자인 정이월(117.여)씨가 가장 먼저 투표할 수 있도록 먼저 온 투표자 10명이 순서를 양보하는 아름다운 모습도 보였다.

<> 경북 칠곡군 북삼면 보손리에 사는 김향이(85) 할머니는 노환으로 몸이 불편한 가운데서도 신성한 주권행사를 위해 투표장을 찾았다가 숨져 주위 사람들을 안타깝게 했다.

김 할머니는 13일 오전 8시 30분께 북삼면 숭산초등학교에 마련된 칠곡군 북삼면 제1투표소에 손자 차모(34)씨와 함께 투표장에 도착해 참관인 의자에 앉아 잠시 휴식을 취하던 중 갑자기 쓰러져 인근 혜원성모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곧 숨졌다.

<> 부산 수영구에 출마한 민국당 신종관 후보는 선거하는 해와 같은 띠인 용띠 처녀가 첫 투표를 하면 당선된다며 운동원 자녀 중 25세 처녀 3명을 12일 자정부터 각 투표소에 대기시켰다가 13일 문을 열자 첫번째로 투표하게 했다.

<> 이번 총선의 투표율이 크게 저조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촌락이 밀집해 있는 울주군 각 투표소에는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과 스님들이 투표해 주권행사의 참뜻을 일깨워주었다.

울주군 상북면 석남사 스님 40여명은 새벽 예불을 마친 후 이날 오전 6시 30분 제3투표소인 궁근정 초등학교에 차량을 이용해 도착, 집단 투표를 했다.

<> 시각장애인 특수학교인 청주맹학교 학생 16명도 청주 일신여고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소중한 한 표를 행사했다.

학교측은 학생들의 실수를 막기 위해 투표에 앞서 2차례에 걸쳐 기표연습을 했으며 올바른 후보자를 선택할 수 있도록 후보자 약력과 공약,홍보물 등을 학생들에게 읽어 주기도 했다.

[총선특별취재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