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하나만 빠져도 좌초하기 십상이죠"
서울 돈암동 성신여대입구에서 순간조형전문점 "페이스오프 성신여대입구점"을 운영하고 있는 어희옥(37)씨의 말이다.
순간조형전문점은 손가락 치아 얼굴 등 자신이 원하는 신체부위를 기념으로 간직하려는 사람들에게 즉석에서 자신의 신체부위와 동일한 조형물을 만들어 주는 사업이다.
어씨가 창업을 결심한 것은 지난해 9월께.
간호사로 직장생활을 시작한지 10년이 넘다 보니 뭔가 새로운 일에 도전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지루하게 돌아가는 일상에 회의가 들더라고요.
조금 더 늦어지면 기회를 놓치겠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그후 입지선정 자금조달 등의 준비기간을 거쳐 지난해 11월말 성신여대입구에 매장을 오픈했다.
사업을 처음 시작하는 모든 사람들이 그렇듯 어씨에게도 매장의 위치선정이 가장 골치아픈 일이었다.
"처음엔 집 근처인 안양에서 창업을 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안양 근처의 경우 페이스오프 직영점들이 이미 포화상태여서 포기하게 됐죠.
체인본사와 협의해 이곳 성신여대입구에 매장을 마련하게 됐습니다"
창업 5개월째에 들어서는 어씨의 성적표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평범하지만 꾸준하다"고 할 수 있다.
창업초기부터 지금까지 별다른 진폭 없이 월평균 5백여만원 수준의 매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여기에서 재료구입비,점포임대료,그 밖에 들어가는 각종 비용을 제하면 한달 매출의 40%선인 2백여만원 정도가 김씨의 몫으로 돌아간다.
이같은 추세라면 점포보증금,인테리어비용,그밖에 물품비 등으로 들어간 5천9백여만원의 초기투자비용을 개업후 1년 정도면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어씨는 예상하고 있다.
"운도 많이 따랐던게 사실입니다.
제가 예상했던 고객층과 실제와는 차이가 있었거든요"
어씨는 사업초기 매장입지를 선택할 때 추억만들기를 좋아하는 신세대 연인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이화여대점을 벤치마킹했다.
이런 이유에서 비슷한 입지조건을 갖춘 성신여대입구를 선택했던 것.
하지만 이런 어씨의 예상은 빗나갔다.
"신세대 연인들보다는 아기가 있는 젊은 부부들이 많이 찾고 있습니다.
아이가 커가면서 가족끼리의 추억을 만들고 싶어하는 부부들이 주 고객이었던거죠"
다행히 어씨의 매장이 위치하고 있는 돈암동 성신여대입구는 주거단지가 가까이 위치해 신세대 연인들뿐만 아니라 젊은 부부들까지 동시에 고객으로 확보할 수 있었다.
이같은 경험을 바탕으로 어씨는 새로 이 사업을 시작하려는 사람들에게 막연히 신세대들만 바라보고 대학가 주변을 매장입지로 선정하는 우를 범하지 말라고 얘기한다.
어씨는 이제 평범하고 꾸준하기만 했던 자신의 사업에 새로운 자극을 주려고 한다.
"입지선정과 매장 인테리어만으로 사업을 계속 꾸려나가겠다는 사업초기의 안이한 생각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깨달았습니다.
새로운 마케팅과 홍보활동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있죠"
주변 주거단지에 전단을 돌리는 것은 기본이고 세일기간을 이용해 백화점을 직접 찾아다니면서 순간조형물을 판매할 방법을 구상하고 있다.
"처음에야 이런 아이템으로 사업하는 사람이 드물었지만 한번 알려진 후로는 유사사업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습니다.
안정적인 수입만 바라보고 사업에 뛰어들었다간 낭패보기 십상입니다"
어씨가 창업을 꿈꾸는 예비 사장들에게 들려주는 얘기다.
(02)923-1331
< 송종현 기자 scream@ked.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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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씨가 가맹점으로 가입해 있는 "페이스오프"는 손.발,얼굴 등을 식물성 실리콘으로 본떠 자신의 신체 조형물을 액자로 만들어 주는 일종의 조형기념품 전문업체라고 할 수 있다.
순간조형이라는 말은 페이스오프 브랜드를 소유한 탑테크놀로지사에서 만들어낸 신조어.
본사에서는 가맹을 원하는 예비 사장들에게 1주일 동안 조형교육을 실시한다.
따라서 기술문제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게 회사측 설명.
사업에 필요한 자금은 대략 6천만원 내외다.
우선 처음에 가맹점을 개설할 때 본사에 보증금 6백만원,가맹비 5백50만원,상품구입에 3백60만원을 지불한다.
나머지는 점포를 마련할 때 사용하는 임차보증금과 권리금,인테리어 비용으로 사용된다.
인테리어의 경우 간판을 포함해 10평 기준 약 5백만원 정도가 소요된다.
수익은 사업자의 영업능력에 따라 차이를 보인다.
본사에서는 7평짜리 매장에서 아르바이트 1명을 고용할 경우 한달에 5백20만원 정도의 매출 이익에 임대료와 일반관리비를 제하면 2백90만원 정도의 순이익을 낼 수 있다고 말한다.
어씨의 경우는 지난해 11월 매장을 처음 오픈한 이래 월 평균 5백만원의 매출이익에 2백여만원의 순이익을 내고 있다.
아르바이트생은 고용하지 않고 있다.
페이스오프측은 매장입지로 대규모 아파트단지를 끼고 있거나 비교적 유동인구가 많은 상권을 권한다.
하지만 어씨의 경우 손님의 약 70%정도가 신세대 부부임을 감안하면 아파트단지 쪽이 좀 더 유리할 수도 있다.
이 두가지 요소를 한꺼번에 갖춘 곳에 매장을 찾을 수 있다면 금상첨화겠지만 서울에서 이런 곳을 찾기란 쉽지 않다.
무점포 영업을 할 수도 있지만 전문가들은 장기적인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본다.
< 송종현 기자 scream@ked.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