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MS)사에 대해 미국법원은 독점권 남용판결을 내렸다.

MS사가 경쟁을 저해하는 수단에 의하여 독점력을 유지하고 웹브라우저 시장의 독점을 도모했으며 웹브라우저를 운영체제에 불법으로 포함시켰다고 밝혔다.

법절차는 2003년에야 마무리되고 이후 시정단계를 거쳐야 최종적인 규제방안 여부가 결정될 것이다.

물론 그 사이 미국 대선이 겹쳐 있어서 어떤 해결방안이 도출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사건을 계기로 기술혁신의 역동성을 특징으로 하는 최근의 디지털경제에서 1890년에 제정되고 1914년에 보다 구체화된 반독점법이 경쟁촉진과 독점폐해 시정의 유일한 수단인지 한번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1995년 여름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 95를 선보이면서 인터넷 사용자들에게 마이크로네트워크와 익스플로러의 연계에 대한 선택기회를 제시했다.

당시 미국 정부는 사용자들의 급격한 편입이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반독점법의 위협은 현실화되지 못했다.

그 시점에서 정부는 네트스케이프의 화려한 부상을 미처 예측하지 못했던 것이다.

1911년 스탠더드오일과 아메리칸토바코의 분할조치 이후 반독점법에 의한 미국 정부의 야심적인 공격 대상은 IBM과 AT&T였다.

IBM에 대한 정부의 공격은 13년을 끌고 나서야 중단되었다.

1960년대 IBM은 메인프레임 컴퓨터 시장에서 논쟁의 여지가 없는 시장의 주도자였다.

1982년 법무부가 반독점 소송을 철회했을 당시 이미 시장에서는 메인프레임이 PC에 밀려나고 있었다.

연이은 각종 혁신은 당시 IBM의 위치를 궁지로 몰아 넣었다.

반독점법이 아니라 창조적 파괴라는 혁신의 역동성이 초래한 결과였다.

1982년 AT&T는 장거리 전화만 남기고 지역전화사업은 7개 업체로 분할당했다.

이 역시 교훈을 남겼다.

기술적으로 역동적인 산업에 대한 법의 예측은 잘못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 주었다.

분할조치 이후 뒤이은 사실상의 규제는 자연스런 경쟁을 저해했다.

각 지역전화사업자들은 신규시장 진입이나 신규 서비스 제공시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했다.

이는 당연히 소비자에게도 손실로 이어졌다.

1996년에 이르러 의회는 이러한 규제를 수술했다.

슘페터는 창조적 파괴를 강조했다.

혁신에 의한 시장지배력 추구는 이러한 파괴를 몰고오는 원동력이다.

동시에 창조적 파괴란 기존 파괴자의 시장지배가 신규 파괴자에 의해 하루살이로 끝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소프트웨어,인터넷,네트워크 등 오늘날 정보기술분야는 급격한 기술적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1960,70년대의 메이프레임 컴퓨터나 1970,80년대의 전화와 비교될 수는 없다.

물론 승자의 표준이 관련 제품 등 시스템에 대한 완전한 독점으로 이어질 경우 필연적으로 끼칠 해악이 있을 것이다.

반면 표준이 난립할 경우엔 또 다른 경제적 비효율성이 초래될 수 있다.

역동적인 정보통신분야에서는 도전과 혁신이 공통적인 표준자체를 이동시킬 수 있고 혁신의 대가인 시장지배가 그렇게 오래 갈 수 없다.

사용자들은 이미 지불한 학습비용과 재학습이 가져올 이익을 고려하면서 기술선택의 조정을 거치게 될 것이다.

이미 시장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 운영체제에 대한 리눅스의 도전이 거세고 네트스케이프 등 응용소프트웨어 경쟁도 뜨거워지고 있다.

더우기 법의 절차가 끝나고 해결방안이 제시될 시점의 경쟁상황은 예측하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법의 이름으로 잠정적인 혁신의 승자 목에 작위적인 칼을 들이댈 경우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빚어낼 수도 있다.

정부의 역할은 반독점법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현재의 기술사이클을 주도하는 기업에 대하여 또 다른 기업들이 기꺼히 도전할 수 있도록 새로운 표준의 기초나 인프라를 정부가 주도적으로 조성해 나가는 방안도 있다.

급변하는 디지털경제에서는 반독점법이 시장과 혁신의 역동성에 대하여 조금은 겸손할 필요가 있다.

이는 우리나라의 정통부나 공정위도 예외가 아닐 것이다.

안현실 전문위원 ahs@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