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0대 재야철학자들이 대학강단의 울타리를 뛰어넘어 새로운 철학을 모색하기 위해 대안학교를 설립했다.

지난 10일 서울 인사동 동일빌딩 705호에 문을 연 "철학아카데미"(www.acaphilo.co.kr)가 그것.

철학아카데미는 기존 제도권 철학에서 간과해왔던 종횡적 연구를 시도하는 한편 대중과 함께 호흡하는 "살아있는 철학"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 98년 서강대 철학과 교수직을 박차고 나온 뒤 왕성한 연구활동을 펼치고 있는 이정우(41)씨가 원장을,조광제(45)전 한국철학사상연구회 연구원이 대표를 각각 맡았다.

이석호 아프리카문화연구소장,이봉재 서울산업대 교수 등 젊은 철학자들과 하영수 거름출판사 대표,이연기 산해출판사 대표 등이 참여하고 있다.

철학아카데미의 개성은 봄학기 커리큘럼을 보면 알 수 있다.

일반강좌 "탈식민성의 철학-제3세계의 시선으로"(이석호)에서는 제3세계의 시각에 입각,푸코 그람시 데리다 프란츠 파농 월레 소잉카 등의 탈식민주의론을 살펴본다.

"현대문명에 대한 소수파의 관점"(이봉재)"타자의 사유-광기의 역사"(이정우)"정신분석학을 위하여-프로이트와 라캉"(홍준기)"철학의 눈으로 본 영화"(조광제)등에서는 철학계 비주류의 시각을 엿볼 수 있다.

철학아카데미는 또 대학원생 수준을 겨냥한 "주름 갈래 울림-라이프니츠의 철"(이정우)"한나 아렌트와 새로운 정치철학"(김석수)"메를로-퐁티의 살 존재론과 예술론"(조광제)등 전문강좌 3개도 마련했다.

올해안에 20개 강좌로 늘리고 청소년 교사 경영인 등을 위한 전문강좌도 개설할 계획이다.

1학기 수강료는 강좌당 8만원(일반),12만원(전문).

이정우 원장은 "다산 정약용에서부터 80년대 변증법,90년대 새로운 사유에 이르기까지 제도권 바깥에서 현실을 직시하고 모순과 투쟁해 왔던 전통을 이어갈 것"이라며 "인간으로서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과 사회의 모순에 대한 투철한 비판의식"을 견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조광제 대표는 "지금까지 한국의 철학자들은 우리가 사는 모습을 제대로 비판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서양철학을 주체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힘도 기르지 못했다"며 "한국 철학의 위기를 극복하는 새로운 돌파구를 찾기 위해 철학아카데미를 만들었다"고 설립취지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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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균 기자 kdg@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