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 금요일(Bloody Friday)"

미국 언론들은 지난 14일(현지시간)의 뉴욕 증시를 이렇게 표현했다.

다우 나스닥 스탠다드&푸어스(S&P) 등 미국 3대 지수는 이날 모두 사상 최대 폭락(포인트 기준)을 기록했다.

피의 금요일은 또다른 ''블랙먼데이(Black Monday)''의 전조인지 이번주 최대 관심사다.

뉴욕 증시의 붕괴는 한국 경제에 직격탄이다.

증시는 당연하다.

경제성장률을 둔화시키고 경상수지도 악화시킨다.

미국 다우 지수의 낙폭이 2천포인트 이상되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면 국내 민간소비증가율은 4.1%포인트 하락 압력을 받게 된다.

대우경제연구소의 분석이다.

동시에 국내 경제는 수출과 투자의 급격한 둔화를 겪는다.

국내 경제성장률은 전망치보다 4.97%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추정된다.

경상수지 흑자폭도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미국이 인플레 압력 제거를 위해 금리를 당초 예상보다 더 올린다면 그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다.

주초 뉴욕 증시에 시선이 몰릴 수밖에 없다.

주가 하락은 환율에도 영향을 준다.

외국인들의 대규모 주식매도 탓이다.

환율 하락에 겁을 먹던 정부나 기업들이 반색을 보이지만 환율이 급상승하면 부작용도 적지 않다.

이번주에는 달러 수요가 제법 있다.

17일에는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가 발행된다.

물량은 7천억으로 잡혀 있다.

3억~4억달러에 이르는 외국인들의 배당금 송금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외국인들의 주식시장 이탈이 일과성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

달러 수요가 크게 늘어나 원화 환율의 상승을 부추길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어느 정도 환율이 오르면 달러를 팔겠다는 세력은 여전히 많다.

그러나 금융권이 달러 "사자"로 돌아섰다는 소식이고 보면 원화 환율의 지속적인 상승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시장 금리도 오름세다.

3년만기 회사채 금리는 연 10%로 다시 두자리수로 올라섰고 3년만기 국고채도 열흘만에 연 9%대에 재진입했다.

채권딜러들은 "금리가 바닥권을 벗어난 것으로 보여 당분간 상승 압력속에 조정장세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총선 뒷전에 밀려있던 기업.금융 구조조정 및 경제개혁 조치들이 이번주부터 서서히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17일 박태준 총리의 주재로 경제.사회 관계장관회의를 연다.

경제구조 개혁의 고삐를 다시 죄는 방안과 함께 남북정상회담발표 후속조치들도 논의된다.

재계도 남북경협에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대북사업을 주도해온 현대는 이번주부터 북측과 실무접촉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실무접촉은 정상회담 의제가 될 수 있는 서해안공단과 관련된 것일 가능성이 높다.

정주영 명예회장의 방북 여부도 주목거리다.

LG전자는 21일 또는 22일 인천항을 통해 북한에서 조립된 TV를 처음으로 국내에 반입한다.

삼성차 매각 작업은 2천억원대 우발채무를 놓고 채권단-삼성물산간 줄다리기가 벌어지고 있다.

삼성차 법정관리 재판부인 부산지법 제12민사부는 삼성차 가용현금과 르노사가 제시한 삼성차 인수대금 등 6천6백73억원을 채권단 4천6백21억원,삼성물산 2천52억원씩 나눠 갖도록 최종 조정안을 제시해 놓았다.

양측이 이를 수용하지 않으면 가차없이 법정관리 절차를 취소하고 파산절차를 밟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양측 모두 무작정 버티기는 힘든 상황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9일 SK텔레콤의 신세기통신 합병을 심의한다.

두 회사가 합치면 이동전화시장에서의 시장점유율이 50%를 넘게 된다.

공정위는 기업결합을 승인하되 "조건"을 달겠다는 생각인 것 같다.

귀추가 주목된다.

김정호 기자 jhkim@k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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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체크포인트 ]

<> 17일 - 총리 주재 경제.사회 관계장관회의
- 외국환평형기금채권 발행
- 미.러 전략무기감축협상(스위스제네바)

<> 18일 - 한일 고위 경제협의회(~19, 일본 도쿄)

<> 19일 - 공정위 전원회의, SK텔레콤-신세기통신 기업결합 심의
- 미국 2월 무역수지 발표

<> 20일 - 전경련, 4월 회장단회의

<> 주중 - 에너지위크 행사(17~24일)
- LG전자, 북한산TV 첫 반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