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회사간 신규채무보증이나 상호출자가 금지되는 이른바 "30대 대규모 기업집단"을 지정하는 것은 공정거래위원회가 매년 4월마다 되풀이하는 연례행사의 하나다.

올해는 해태 한라 강원산업 대상 신호 삼양 대우등 모두 7개가 빠지고 신세계 영풍 현대정유 에스오일 현대산업개발과 대우가 해체되면서 별도의 기업집단이 됐다는 (주)대우및 대우전자 등 7개사가 새로 지정됐다.

이같은 대규모 기업집단지정은 경제력집중을 억제하기위한 "독점규제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에 따른 것이나 과연 현실적으로 얼마나 의미가 있는지 생각해볼 점이 결코 없지않다.

30대 집단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그런 문제점이 더욱 뚜렷해진다.

우선 현대 삼성 LG SK등 4대집단이 30대 기업집단 자산총액의 57.6% 매출총액의 68.2%를 차지한다는 점만 봐도 그러하다.

4대 그룹과 나머지 26개를 동일한 차원에서 관리하는 것이 적절한 일인지 의문이다.

작년말기준 30대 집단의 자산총액이 4백22조7천억원으로 1년전에 비해 50조원 줄어드는등 경제력집중현상이 크게 완화되고 있는 상황인 만큼 30대 대기업집단지정은 4대 또는 10대 정도로 줄이는 것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자산증감여부에 관계없이 상위 30대그룹(공기업및 법정관리기업 제외)을 경제력집중억제를 위한 규제대상 기업집단으로 지정하는 현제도는 논리적으로 모순이 있다.

5~26대 기업집단의 자산총액은 작년말기준 1백79조원으로 한햇동안 61조원이 줄었다는게 공정위발표인데,이는 바꾸어 말하면 작년4월 30대집단에 포함되지 않았던 그룹으로 작년 한해동안 자산이 늘지않았던 곳도 올해는 "경제력집중완화를 위한 30대 관리대상"으로 지정돼 출자및 지급보증에서 규제를 받게되는 곳이 있다는 얘기로 통한다.

냉정히 따져 아무런 의미도 없는 "30대"라는 숫자에 얽매인 정책이 불러오고 있는 모순이다.

만약 대우그룹이 해체되지 않아 (주)대우와 대우전자 2개 집단이 30대에 포함되는 꼴이 빚어지지 않았다면 31번째 그룹이 규제대상이 됐을 것이고 또 (주)대우 대우전자외에 대우자동차(계열기업 없고 은행관리상태라 제외)도 별도 집단으로 판정됐다면 영풍그룹(30위)은 제외됐을 숫자놀이를 해마다 되풀이하는 것이 과연 의미가 있는지 의문이다.

30대집단으로 신규지정된 그룹의 경우 1년간 상호출자및 채무보증등과 관련된 규제를 유예하고 있는데 실제로는 30대중 하위권 집단을 매년 바뀌기 때문에 규제와 그 유예 제도자체가 무의미하다는 점도 직시할 필요가 있다.

근본적으로 현행 공정거래법은 경쟁촉진법으로 바꾸는 것이 옳고 경제력집중완화를 위한 별도의 법률을 만들더라도 그 관리대상은 최대 10개이내로 대폭 줄여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