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가 급반등세로 돌아서자 투자신탁회사 등 기관들이 "팔자"로 돌변했다.

18일 거래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기관들은 각각 3천7백23억원 및 1천5백44억원의 순매도를 기록했다.

장초반 급등세를 보였던 코스닥지수는 기관의 대량 매도로 하락세를 면치 목했다.

나스닥지수의 급반등이라는 호재가 한순간에 파묻혀 버렸다.

거래소시장도 기관 매물이 갈수록 늘어나면서 상승폭이 크게 줄어들었다.

이날 증권가에서는 "증시안전판 역할을 해야 하는 기관들이 주식시장을 망가뜨리고 있다"는 비난이 빗발쳤다.

정부가 기관에 주식매도를 자제해 달라고 요청한데 이어 "대형 투신사들이 주식매수를 결의했다"는 소식까지 나온터여서 이날의 갑작스런 매도공세는 투자자들의 어안을 벙벙하게 만들었다.

"기관에게 뒤통수를 맞았다"며 분개하는 투자자들도 적지 않았다.

<> 기관 왜 파나 =가장 큰 원인은 장세전망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 증시가 상승세로 돌아섰다고 단정할수 없는데다 국내 수급불균형이 개선되지 않고 있어 증시가 안정을 찾았다고 확신할수 없는 상황(최영권 동양오리온투신 펀드매니저)이라는 것이다.

자금사정도 여의치 않다.

투신사의 경우 주식형펀드 환매 등으로 만성적인 "실탄부족"에 처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증시안정을 위해 적극 노력하라"는 정부의 주문은 먹혀들기 어렵다.

익명을 요구한 한 펀드매니저는 "요즘 재경부 장관의 얘기를 따르는 펀드매니저가 어디 있느냐"고 말했다.

"펀드매니저의 안중에는 돈을 맡긴 고객과 펀드수익률만 있을 뿐 증시안전판으로서의 의무감은 찾아보기 힘들다"는 고백이다.

투신권이 이날 갑자기 대량 매도로 돌아선 직접적인 계기는 지난주말의 대규모 펀드환매 요구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주말 미국 증시가 급락하자 간접투자고객이 이번주 주가하락을 예상하고 대량 환매를 신청했다.

투신사는 그러나 17일 주가하락폭이 예상외로 커지자 매도를 "일시 유보"하거나 저가매수에 나섰다.

환매물량을 거의 팔지 못한 셈이다.

특히 코스닥은 장초반부터 상당수 종목이 하한가까지 밀리는 바람에 애시당초 팔 기회를 놓쳤다.

한상수 대한투신 펀드매니저는 "17일에 팔지 못한 환매물량이 하루늦게 매물화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코스닥 매물이 거래소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았던 것은 이런 배경 때문이다.

<> 증시안전판 능력없다 =전문가들은 투신 등 기관들이 증시안전판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라고 지적하고 있다.

그럴 능력(자금)도 없고 설사 그렇다라도 외생변수에 의해 비롯된 이번 증시충격을 국내기관의 인위적인 노력으로는 감당할수 없다는 것이다.

국내증시에 외국인의 영향력(거래소 싯가비중 25%)을 고려할 경우 기관의 "외로운 주가방어"에는 한계가 있다.

최대 기관투자가인 투신의 자금이 초단기화돼 있는 점도 증시안전판 기능을 수행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주식형펀드 만기는 대부분 6개월이다.

최근에는 신규자금 유입은 커녕 기존 펀드에서 자금이 지속적으로 환매되고 있다.

자금이 몰리는 은행도 주식을 사기 어려운 형편이다.

투신보다 자금운용이 보수적인 은행은 최근 주가가 폭락하자 로스컷(Loss cut:손절매) 물량을 쏟아내고 있다.

로스컷이란 주가가 보유단가에서 25~30%가량 떨어질 경우 추가손실을 막기 위해 매도하는 것으로 악성매물로 간주된다.

지난 17일 주가가 급락한데는 1천2백억원에 달하는 은행의 손절매 물량이 직격탄이었다.

<> 향후 전망 =미국증시 안정과 그에따른 투자심리 회복, 주식형펀드로의 자금유입이 뒷받침돼야 기관이 본격 매수세에 가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상반기 투신사들이 주식을 듬뿍듬뿍 사들인 것도 간접투자시장으로 자금이 물밀듯 밀려 왔기 때문이다.

투신사들의 매수여력을 키워 줄 수 있는 지원이 선행돼야 한다는 이야기다.

장진모 기자 jang@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