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10년동안 지구상의 가장 큰 문제는 날씨가 될 것이다"

올해초 스위스 다보스 경제포럼에서 제기된 핫이슈다.

세계 정상 30여명과 석학 3천2백여명이 "기후변화"에 주목한 것은 최근 20여년간 지구촌을 휩쓴 기상이변 때문이었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엘니뇨는 1998년 우리나라를 강타해 보름만에 1조4천억원의 재산과 2백40명의 인명피해를 입혔다.

지구가 열을 받으면 해면이 높아지고 농작물 수확이 줄어들며 엄청난 폭우가 쏟아진다.

이는 곧 대홍수로 이어진다.

날씨는 이처럼 재앙을 부르거나 역사를 뒤바꾸는 악동이다.

그러나 활용하기에 따라서는 가장 유망한 미래산업의 주역이기도 하다.

기상전문가 반기성(공군 기상전대 기상연구부장.중령)씨의 "날씨 토픽"(명진출판,8천8백원)은 기후변화와 인간의 생활,경제적 가치를 함께 살핀 책이다.

앞부분에 적벽대전에서 조조를 물리친 제갈공명의 남동풍 이야기가 나온다.

오나라 주유는 위나라 배들을 묶어 놓는데 성공했지만 정면승부를 벌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비결은 화공뿐이었다.

주유는 제갈공명에게 달려가 계책을 구했고 공명은 동짓달 스무날로부터 사흘안에 남동풍이 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결국 이들은 화공계로 조조의 80만 대군을 궤멸시켰다.

공명에게 남동풍을 부르는 신통력이 있었을까.

사실 그는 경험 많은 어부들을 통해 동지 전후 미꾸라지가 뱃가죽을 보일 즈음 남동풍이 분다는 사실을 알고 전략에 이용한 것이다.

반면 조조는 "겨울엔 북서풍"이라며 일축했으니 승부는 이미 결정된 것이었다.

날씨를 전쟁에 이용한 사례는 수없이 많다.

더위 때문에 패배한 십자군이나 날씨예측 능력이 뛰어나 동유럽의 잦은 비를 역이용한 징기스칸,일본군의 진주만 기습을 도와준 안개,인도를 영국령으로 만든 소나기 등 날씨전략의 안팎얘기가 흥미롭다.

날씨와 돈에 관한 대목도 눈길을 끈다.

유통업계의 "경기보다 마케팅,마케팅보다 날씨"라는 말은 이제 정설로 굳어졌다.

미국 시카고 선물거래소에는 미래의 날씨를 예측해 투자하고 돈을 버는 "날씨파생상품"이 상장됐다.

날씨보험도 신종산업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기후변화는 세계 곡물시장 판도를 삽시간에 바꾼다.

실제로 여름철 평균기온이 1도 높으면 맥주 판매량이 10%이상 증가하고 1~2도 낮으면 20%정도 감소한다.

지난 94년 무더위가 기승을 부렸을 때 에어컨 생산업체인 만도는 장기기상예보를 활용해 대량생산에 나섰고 그해 엄청난 판매고를 기록했다.

빵은 비오는 봄.가을,주문도시락은 기온 16~20도에 잘 팔린다고 한다.

아이스크림은 더운날 잘 팔리지만 30도를 넘어서면 판매량이 줄어든다.

비오는 날 아르바이트 배달사원을 3명 이상 늘려 몇배 수익을 올린 중국집 주인의 지혜도 주목할 만하다.

< 고두현 기자 kdh@ked.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