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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감시대] (40) 제1부 : 1997년 가을 <4> '정열의 사나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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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 홍상화

    선진국 진입과 세계화,국민소득 만 달러 시대의 돌입과 부동산 가격의 폭등으로 온통 들뜬 분위기가 지배하는 서울을,그리고 사치와 나태, 방종과 혼탁으로 물들어 있는 서울을 잠시나마 탈출한 사람들이 있다.

    대해실업의 총수인 진성호 회장과 이현세 기획담당 이사,그리고 미국 투자회사의 간부인 스티브 김.

    이 세 사람은 근래 문제가 된 동남아시아 국가의 외환위기가 있기 전까지는 흔해 빠졌던 달러를 얻기 위해 미국의 월 스트리트로 가고 있었다.

    태평양 위를 나는 야간 비행기의 거의 텅 빈 일등석에 앉은 진성호 회장은 서류를 훑어보며 메모하는 데 열중하고 있었다.

    37세의 젊은 총수다운 열정을 증명이라도 하듯 그는 김포공항을 이륙하고부터 지금까지 다섯 시간 동안 겨우 한 시간 수면을 취한 것 이외에는,다음날 월 스트리트 투자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데 필요한, 미국 투자자문 회사에서 작성해준 Q & A 자료를 계속하여 검토하고 있었다.

    인터넷산업 확장에 필요한 자금인 2억 달러의 회사채를 낮은 이자로 성공적으로 매각하기 위해서는 투자자들을 위한 설명회에서 완벽을 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태국과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동남아 국가가 외환위기를 맞은 후이기 때문에 불안감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한편 진성호는 아내가 제시한 이혼합의 조건을 떠올리자 머리가 더 아파왔다.

    그렇지만 자신이 소유한 대해실업의 주식 반을 내놓으라는 요구는 생트집에 불과하고 대해실업의 증권조작건을 증권감독원에 고발하겠다는 말은 단순한 협박에 그칠 거라고 낙관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아내와의 문제는 미국에서의 일이 끝날 때까지 일단 접어두기로 했다.

    진성호는 좌석 옆에 붙어 있는 스튜어디스 호출 버튼을 눌렀다.

    곧이어 스튜어디스가 미소지으며 다가오자,비즈니스 클래스에 있는 스티브 김씨와 이현세씨를 좀 오라는 말을 전해달라고 부탁했다.

    잠시 후 미국 투자회사 한국 지점 간부인 스티브 김과 대해실업의 기획담당 이사인 이현세가 왔다.

    "김 선생, 몇 곳에서 설명회를 하기로 되어 있습니까?"

    진성호가 통로 옆자리에 앉은 스티브 김에게 물었다.

    "월 스트리트에서 이틀 동안 열두 회사와 어포인트먼트(약속)되어 있습니다"

    스티브 김이 좀 서투른 억양으로 말했다.

    진성호가 앞에 놓인 서류 중 스케줄이 적힌 종이를 집어 보았다.

    이현세가 대화에 끼여들었다.

    "진 회장님 잘될 겁니다.

    동남아 국가 외환위기 때문에 분위기는 좋지 않겠지만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스티브 김과 충분히 의논했습니다.

    7년 만기 회사채라 연리 6.5퍼센트에서 7.5퍼센트 사이에서 결정될 거랍니다.

    열두 투자회사에 프리젠테이션하면 최소 2억달러는 조달될 거라 합니다.

    프리젠테이션이 끝난 후 일주일 정도면 각 회사에서 회사채 구매 총금액과 이자에 대한 오퍼가 들어올 겁니다.

    그 중 가장 낮은 이자율을 제시한 회사의 액수부터 더해 기껏해야 여섯 회사 정도면 2억달러 정도 될 겁니다"

    스티브 김이 보충설명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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