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과 자민련의 내각제 개헌공방에 묻혔던 대통령 중임제가 총선후 여야 차기 주자들 사이에서 조심스럽게 거론되고 있는 것이다.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가 논의의 물꼬를 텃다.
이 총재는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대통령제냐 내각제냐, 가부간 개헌의 시기가 온다면 대통령 중임제(임기 4년) 개헌도 생각해볼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제까지 개헌문제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였던 이 총재가 이를 들고 나온 것은 과반수에 가까운 의석을 확보한데 따른 자심감의 표현인 동시에 내각제를 고리로 한 민주당과 자민련의 공조를 차단하겠다는 계산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더라도 이 총재의 중임제 언급이 갖는 정치적 의미는 적지 않다는 평가다.
이미 여야의 차세대 예비 주자들이 중임제를 거론하는 상황에서 야당의 유력한 주자가 이를 공개적으로 거론, 정치권의 논의가 본격화되는 기폭제로 작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유력한 주자중 한사람인 이인제 당무위원도 최근 말을 아끼고 있지만 대통령 중임제가 지론이다.
현행 5년 단임제는 대통령이 국회의원및 지방자치단체장 등과 임기가 달라 중간평가를 받기 어려운데다 자주 선거를 치러야 하는 점 등을 감안할 때 중임제가 타당하다는 것이다.
이 당무위원은 헌법심의위원회 구성을 제의하기도 했다.
여권내에서 당권 주자로 꼽히는 김근태 의원도 현재 시점에서 중임제 논의가 바람직하지 않지만 중임제 자체는 합리적인 방안으로 검토해 볼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한나라당의 예비 주자인 김덕룡 이부영 의원은 한발 더 나아가 정.부통령제 도입 등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개헌 논의는 민주당과 자민련의 공조관계 복원 등과 맞물려 정치권에서 한동안 회오리칠 것으로 전망된다.
김남국 기자 nkkim@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