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누스(janus)의 얼굴을 가진 외국인"

최근들어 외국인이 주식현물시장과 선물시장에서 상반된 매매패턴을 보이고 있다.

고대 로마종교에 나오는 신처럼 앞뒤로 달린 두 개의 얼굴을 보이고 있다.

단기적이든 중장기적이든 향후 한국주가 전망이 밝다면 현물주식을 사고 선물도 사게 마련이다.

주가 전망이 어둡다면 현물도 팔고 선물도 팔게 된다.

그러나 지난 블랙먼데이 이후 외국인은 현물 주식시장에선 매수우위를 유지하고 있으나 선물시장에선 매도우위를 보이고 있다.

방향이 서로 다르다 보니 외국인의 동향에 관심이 많은 일반투자자들로선 무척이나 헷갈린다.

외국인이 엇갈린 걸음걸이에 나서고 있는 배경은 무엇일까.

<>선물시장=외국인 투자자들은 지난주(10일~14일) 무려 4천9백64계약을 신규로 순매도했다.

전.환매를 합쳐서는 2천8백96계약을 순매도했다.

이번주 들어 17,18,19,20일에는 각각 신규로 5백54계약,2천6백82계약,2천4백18,58계약을 순매도했다.

그 결과 매수우위였던 외국인의 선물 누적포지션이 19일엔 순매도로 돌아섰다.

누적순매도는 전형적인 약세장에서 나타나는 매매패턴이다.

구돈완 한화증권 선물.옵션영업팀장은 "국내외적인 증시불안으로 향후 주가가 약세를 면치못할 것으로 본다는 반증"이라고 해석했다.

미국 주가가 아직 안정을 되찾았다고 보지 않는데다 주가동조화로 국내 주가가 미국보다 더 크게 떨어지는 모습이니 선물을 매도해 이익을 취하자는 전략이란 것.

구 팀장은 "게다가 한국경제의 펀더멘털엔 이상이 없지만 투신 은행권이 구조조정을 앞두고 있어 수급이 갈수록 불안해질 것으로 보는 것도 선물매도의 한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몇일전에 신규로 매도한 선물을 환매수해 나가면서 철저히 단기차익을 챙기는 투기거래에 집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몇달전만 해도 홍콩계,말레이시아계 외국인 큰손이 선물시장에서 치열한 세력다툼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며 "하지만 최근엔 여러 외국인이 선물을 매도하고 있는 모습"이라고 전했다.

<>현물시장=지난 12,14,17일 연속적으로 4천3백억원어치의 현물주식을 순매도했다.

그러나 18,19일엔 각각 67억원,7백9억원을 순매수했다.

물론 지난 3월부터 이달초까지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갈퀴로 쓸어담듯 순매수했던 열정은 아니다.

엥도수에즈 WI카증권의 김기태 영업담당이사는 "미국시장이 폭락하지 않는 이상 순매수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투신사 구조조정에 따른 수급불안에 상당한 부담을 느끼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달리 말해 자기네들끼리 현물주식을 열심히 사봤자 투신사 매물탓에 주가가 뜨지를 않으니 지쳐버렸다는 얘기다.

<>전망=외국인이 지속적으로 선물을 매도하면 선물가격 하락->프로그램매물->주가부담->선물가격 부담->프로그램매물의 악순환 고리가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대우증권 선물.옵션팀의 주제식 조사역은 "지난 98년 11월께 외국인이 주식과 선물을 동시에 순매수해 주가가 급상승세를 탔던 당시와 대조된다"고 말했다.

한화증권의 구 팀장은 "선물을 매매하는 외국인이 현물주식을 매매하는 외국인과 동일인이 아니더라도 두 시장에서 방향이 서로 다른 모습은 뒷맛이 개운치 않다"고 말했다.

김홍열 기자 comeon@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