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신사들은 주가가 93포인트 급락한 지난 17일 2천4백억원의 주식을 순매수했다.

그러나 주가가 급등한 지난 18일부터 돌연 태도가 돌변했다.

때를 만났다는듯이 주식을 팔아제쳤다.

거래소시장에서만 지난 18일 9백92억원어치를 판데 이어 19일엔 1천3백90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주가오름세는 주춤할 수 밖에 없었고 자연 개인투자자들로부터 비난의 화살을 한 몸에 받아야 했다.

이런 비난에도 불구하고 투신사들은 "그럴 수 밖에 없다"고 실토한다.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수탁고, 눈에 띄게 낮아지기만 하는 펀드수익률, 아직 해결기미가 묘연한 20조여원의 잠재적 부실채권, 제2금융구조조정을 앞두고 살아남기 위해 확보해야 하는 유동성문제 등.

투신사의 이런 고민이 바로 금융시장의 뇌관으로 떠오른 투신사 문제를 그대로 드러낸다.


<> 신뢰를 잃었다 =투신사의 가장 큰 문제는 불신이다.

작년 7월의 대우채권 환매제한이 발단이다.

환매제한은 투신사가 갖고 있던 모든 문제를 한꺼번에 노출시켰다.

고객이 맡긴 펀드에 부실채권을 멋대로 편출입한 사실이 드러났다.

심지어 특정펀드의 수익률을 조작하거나, 계열사 지원을 위해 부실여신을 다른 펀드에 편입시키는 등 말그대로 "엿장수 맘대로식"의 펀드운용을 해온 것도 점차 분명해졌다.

특히 투신사가 당초 제시한 수익률을 주기는 커녕 원금도 주지 못하는 현상이 지속되자 투자자들은 투신사를 외면하는 상황이 심화되고 있다.

<> 자금이 빠져 나간다 =투자자들의 불신은 자금이탈로 연결되고 있다.

투신사 수탁고는 작년 7월 2백57조원에서 현재는 1백67조여원으로 줄었다.

10개월 사이에 90조여원이 빠져 나간 셈이다.

자금이탈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지난 19일 현재 주식형수익증권 잔액은 65조9천6백26억원이다.

수치로만 보면 작년 9월말(43조1천3백75억원)에 비해 22조8천2백51억원이 늘었다.

그러나 내용은 아니다.

주식형으로 분류되는 하이일드펀드와 CBO(후순위담보채) 펀드가 각각 11조4천8백56억원과 10조5천38억원이나 증가했다.

또 작년 10월에는 11조여원이 공사채형펀드에서 주식형펀드로 울며겨자먹기식으로 전환했다.

이를 감안하면 실제 주식형펀드는 11조원가량 줄어든 셈이다.

올들어서도 순수주식형은 지난 2월 1조원가량 줄어든데 이어 지난 3월에는 1조4천억여원 감소했다.

이달들어서도 1조5천억원정도 줄었다.

<> 잠재부실이 많다 =잠재적 부실채권이 무려 20조여원에 달한다.

투신사들은 지난 3월 결산에서 무보증 대우채권에 따른 손실 2조5천억원을 반영했다.

이는 고스란히 자본잠식으로 연결되고 있다.

특히 자본금이 고작 3백억원 수준인 투신운용사의 경우 증자를 하지 않을 때는 전액 자본잠식상태를 각오해야할 처지다.

무보증대우채권은 그래도 나은 편이다.

이미 투신사 결산에 반영된 만큼 나름대로 자구책도 어느정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투신사들은 이외에 대우관련 채권으로만 <>담보 CP(기업어음) 2조4천억원 <>보증 대우채권 9조4천억원 <>브리지론 형식의 대우지원자금 2조원등 줄잡아 14조여원의 잠재부실을 갖고 있다.

이중 보증대우채권은 서울보증보험이 처리해 준다고 가정해도 5조여원의 해결방안은 묘책이 없어 보인다.

유일한 대안은 정부가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것이지만 공적자금이 바닥나 여의치 않아 보인다.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리스채 등 비대우 부실채권도 4조여원에 달한다.

한국투신과 대한투신은 이를 고유계정에서 떠안는 방식으로 일단 덮었으나 미봉책에 불과하다.

이 돈을 누군가가 메워 주지 않는한 투신사들은 거대한 부실의 블랙홀에서 헤어 나올수 없게 돼 있다.

하영춘 기자 hayoung@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