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문학가 권정생씨의 소년소설 "몽실언니"(창작과비평사,6천원)가 새롭게 태어났다.

이철수 화백의 표지화를 새로 그려넣고 본문활자도 키워 읽기 편하게 만들었다.

이 작품은 지난 84년 출간된 후 35만부 이상 팔린 스테디셀러.

90년 한글맞춤법이 바뀔 때 첫 개정판을 낸 뒤 42쇄를 거듭하는 동안 필름이 너무 낡아 더 이상 찍을 수 없을 지경에 이르러 개정2판을 내게 됐다.

권씨는 개정2판 머리말 "몽실언니,그 못다한 이야기"에서 군사정권에 의해 일부 내용이 삭제된 아픈 사연을 공개했다.

"몽실언니"는 1981년 경북 울진의 시골교회 청년회지에 연재했다가 교회 여성잡지 "새가정"으로 옮긴 뒤 당국의 압력으로 도중하차했다.

9~10회분의 인민군 얘기가 문제였다.

이후 잘못된 건 모두 지울테니 계속 연재할 수 있게 해달라고 문화공보부에 사정해서 겨우 되살아났고 일부 내용이 잘린채 실리게 됐다.

삭제된 내용은 인민군 청년 박동식이 몽실이를 찾아와 통일이 되면 서로 편지를 하자고 주소를 적어주는 장면.

박동식이 후퇴하다 길이 막혀 지리산으로 들어와 빨치산이 된 뒤 숨을 거두면서 몽실이한테 보낸 편지의 "몽실아,남과 북은 절대 적이 아니야.지금 우리는 모두가 잘못하고 있구나"하는 대목도 지워야 했다.

편지를 받고 흐느끼면서 박동식 오빠를 부르는 장면 또한 마찬가지.이 때문에 난남이를 양녀로 보내고 삼십년을 훌쩍 뛰어 부랴부랴 끝내야 했고 분량도 애초의 1천장에서 7백장으로 줄었다.

이 작품은 올해 일어판으로도 나올 예정이다.

고두현 기자 kdh@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