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인력의 벤처유출에 대한 이번 법정 파문은 향후 법원의 판결에 따라 다른 대기업으로도 급속히 확산될 가능성이 커 업계 전체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대기업들이 이번처럼 자사 직원들의 벤처행을 막기 위해 잇따라 법적 대응에 나설 경우 우선 벤처업계의 강한 반발을 불러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다 영업비밀 유지 등을 이유로 인력이동을 강제로 제한할 수 있는가에 대한 사회적인 논란도 벌어질 전망이다.

<> "퇴직후 1년간 동종업체 취업 금지" =삼성전자가 이번 전직 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면서 내놓은 근거는 "퇴직후 1년간 동종업체 취업 금지" 규정이다.

실제 전자 반도체 자동차 통신분야 등 대기업들은 대부분 이같은 내부규정을 마련해 신입이나 경력사원들에게 동의를 요구해 오고 있다.

이는 해당 기업의 중요한 기밀이 경쟁업체로 새나가 이용될 소지를 막기 위해서이다.

전자업체 한 관계자는 "전자업계의 경우 협회산하 회원사들끼리 "경쟁업체로 이직은 최소 1년간 금지한다"는 내용으로 상호협약을 맺은 상태"라며 "그러나 이번처럼 실제 규정을 적용한 사례는 없었다"고 말했다.

따라서 이는 상당한 논란의 소지가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벤처법률사무소 이주형 변호사는 "동종업계의 기준이 모호해 오히려 대기업들의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크다"고 말했다.

<> 삼성전자의 주장 =삼성전자는 이번에 미디어링크 등으로 이직한 직원들의 경우 중요한 영업비밀을 보유하고 있어 삼성으로서는 심각한 위협에 직면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미디어링크 등은 삼성전자의 네트워크 사업부문과 유사한 제품을 연구하는 회사"라며 "개발 노하우나 영업비밀이 이용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특히 전송 스위치나 백본장치 등 통신 교환장비의 선행기술 제어기술 부문에서는 상당부분 중복된다는게 이 관계자의 설명.

이같은 상황에서 "동종업체로의 1년간 전직 금지" 규정은 불가피하게 적용할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삼성은 더욱이 이들이 퇴직하면서 동일업종에 1년간 종사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써놓은 상태라는 것이다.

<> 미디어링크의 주장 ="동종업체"라는 삼성전자의 논리는 전혀 맞지 않다는게 미디어링크측의 주장이다.

이 회사 박태성 기획실장은 "삼성전자의 등기부상 사업목적과 미디어링크의 사업목적중 일부분야가 동일하다는 이유로 동종 경쟁관계에 있다는 설명은 추상적"이라며 "그렇게 따지면 종합통신업체인 삼성전자와 동종관계로 해석되지 않을 회사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실장은 특히 "이번에 옮겨온 직원들은 삼성전자에서 수행하던 업무와는 전혀 다른 분야의 장비개발과 마케팅업무에 참여하고 있어 영업비밀 유출 우려는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이번 삼성전자의 조치는 기술을 가진 중소형 벤처기업들에 대한 공격수단에 다름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정종태 기자 jtchung@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