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은 대중음악의 시대다.

그래서인지 국악중에서도 한 때는 입으로 전승돼 어딘가 좀 모자라는 음악으로 하대 받던 판소리 시나위 산조 잡가 민요등 민속악이 활기를 띠고 있다.

반대로 궁중에서 쓰던 아악이나 선비들이 부르던 가곡 가사 시조등 이른바 정악은 한없이 움츠러들고 있다.

정악은 중국음악의 아류 아니면 양반계급의 전유물이고 민속악이야말로 "서민층이 즐기던 진정한 우리 음악"이라는 잘못된 인식이 아직 우리들을 사로잡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가 지금 듣고 있는 아악곡들은 "문묘제례악"을 제외하고는 이미 세종때부터 우리음악이 돼버렸다.

정악이나 민속악이나 모두 한국전통음악임에는 틀림없다.

단지 다른 점이 있다면 정악은 높은 교양을 갖췄던 지식인들이 가능한한 희비의 감정을 억제해 갈고 다듬은 예술성이 강한 것이고 민속악은 지역적 특성이 강하고 감정을 그대로 드러낸 소박한 음악이라는 점이다.

가곡 가사 시조등 선비들이 부르던 노래인 정가는 영조때부터 고종에 이르는 조선조말에 전성기를 맞는다.

그러나 한창 꽃을 피우다가 1900년대를 전후해 판소리 잡가에 밀려 차츰 사양길로 접어 든다.

시조는 그래도 많이 보급된 셈이지만 전문성 귀족성이 강한 가곡.가사는 몇몇 국악인이 명맥을 이어오고 있을 뿐이다.

정가는 몸 전체에 세상만사를 담아 혼으로 부르는 절절한 노래다.

그래서 선비들은 그것을 "덕의 꽃(덕지화)"이라 불렀나 보다.

몇년전 타계한 가곡명창 김월하의 소리는 "금사슬을 끄는 소리" "명주실을 풀듯 끊이지 않는 절절한 소리"라는 극찬을 받았다.

한없이 느려 보이지만 절제의 미가 정가의 멋인데 정작 우리는 답답해해도 외국인들은 오히려 정신을 맑게 해 주는 "천상의 소리"라고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

한국정가단이 창단됐다.

어제는 국악원 우면당에서 성황리에 창단공연도 가졌다.

정가 대중화에 앞장서겠다는 목표로 창작곡 합창곡도 함께 선보인 것이 주목된다.

옛 선비들의 노래인 정가의 변신이 젊은이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졌는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