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사회에서 정부가 기업의 자금조달 문제까지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발상입니다"(K창투 L사장)

최근 코스닥 등록 예정기업에 대한 증자기준 완화방안이 발표되자마자 벤처캐피털들이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주된 이유는 유상증자는 풀렸지만 무상증자는 여전히 규제 대상이라는 것 때문이다.

"대규모 무상증자를 허용할 경우 주가 물타기가 극성을 부릴 것이라는 우려도 있긴 합니다. 그러나 가능성과 부정적인 측면만을 부각하면 본말이 전도될 소지가 있습니다. 이는 지나친 음주가 건강을 해친다며 술 판매를 금지시키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S창투 P상무)

기업이 필요에 따라 자본금을 늘리는데 정부가 개입하는 건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지 않는다는 논리다.

일부 창투사는 증자에 관한 규제가 시장원리에 어긋나는 만큼 이 기회에 모두 풀어야 한다고 목청을 높이고 있다.

완화되긴 했지만 유상증자 부분도 미흡하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코스닥시장에선 벤처캐피털의 주장이 힘을 얻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지나치다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왜 그럴까.

논리가 맞지 않기 때문일까.

아니다.

일반투자자들도 정부의 관여를 가급적 줄여야 증시가 성숙한다는데는 이의를 달지 않는다.

하지만 창투사들의 말을 곧이 곧대로 믿지 못하겠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이는 기관투자가로서의 의무는 등한시한 채 권리만을 찾겠다는 이기적인 행동으로 비쳐지고 있어서다.

대학에서 증권투자론을 강의하는 어느 교수는 꽤 냉소적이다.

"미국의 벤처캐피털들은 투자기업이 나스닥에 상장되더라도 보통 5년 동안 주식을 보유합니다. 그러나 한국의 일부 벤처캐피털은 어떻습니까. 증자로 주가를 물타기한 뒤 코스닥 시장에 등록하자마자 꼭지에서 이익을 실현합니다. 이는 묻지마 투자를 한다는 것을 반증하는 겁니다. 입으론 글로벌 스탠터드를 외치면서 단타에 열을 올리는 일부 벤처캐피털의 비뚤어진 행태는 여전합니다. 이들에게 유리하게 제도만 바뀐다면 결과는 뻔합니다. 증시의 가장 큰 위험요소는 수급 불균형이 아니라 신뢰 상실입니다"

코스닥시장의 글로벌화를 위해선 증자제한이 꼭 풀려야 한다고 강조하는 벤처캐피털.

그들 주장이 설득력을 얻기 위해선 한번쯤 되새겨 볼 가치가 있는 말이다.

김태철 벤처중기부 기자 synergy@ 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