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대우자동차다"

르노의 삼성자동차 인수가 사실상 확정되자 이제 자동차업계의 관심은 대우자동차 인수전에 쏠리고 있다.

GM과 포드 다임러크라이슬러 피아트 현대자동차 등 5개사가 입찰 참여의사를 밝히고 있는 대우차 인수전은 르노의 한국시장 상륙으로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특히 현대차의 발걸음은 당장 바빠졌다.

르노의 한국진출로 당장 국내시장 ''수성(守城)''이 발등에 떨어진 불이 됐기 때문이다.

르노는 세계6위인 연산 4백60만대의 생산능력을 가진 업체다.

국내시장 점유율이 70%에 이르는 현대차로서는 시장잠식이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실제로 르노는 오는 2003년까지 국내시장 점유율을 10%로 끌어올리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르노는 삼성차의 기술제휴선인 닛산과도 자본제휴를 맺고 있기때문에 ''기술의 닛산''이 만들어내는 승용차를 앞세울 경우 달성하지 못할 목표는 아니라는 것이 국내 업계의 전망이다.

삼성차에 이어 대우차마저 외국업체에게 넘어가게 되면 현대차는 국내시장에서 힘에 버겨운 외국 ''공룡''업체들과 3파전을 치러야 한다.

르노가 삼성차 SM5로 중형차시장을 압박해오고 여기에 대우차를 인수한 외국업체가 소형차시장을 치고 들어오는 구도가 되면 현대차의 입지는 크게 좁혀질 수밖에 없다.

더욱이 연산 4백만대 이상의 생산능력을 가진 메이커들만 생존할 수 있다는 것이 세계자동차업계의 공통된 인식이다.

현대자동차의 생산능력은 기아자동차 1백25만대를 합쳐 모두 2백90만대. 그런 만큼 1백20만대의 생산능력을 가진 대우차 인수에 필사적일 수밖에 없다.

세계1위인 GM(8백90만대)이나 2위인 포드(8백만대)에게도 대우차는 놓칠 수 없는 대상이다.

다른 업체에게 넘어갈 경우 바로 자신의 위상이 흔들리게 된다.

특히 대우차는 이들에게 아시아시장 진출에 없어서는 안될 생산기지다.

GM과 포드 모두 유럽시장에서는 점유율이 정체 내지 떨어지는 추세이기 때문에 미국 유럽에 이어 3대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는 아시아시장 진출은 이들의 명운이 걸린 일이다.

점차 문이 열리고 있는 중국차시장까지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대우차 인수전은 입찰참여업체들의 잇따른 자본제휴로 보다 복잡해지는 양상을 띠고 있다.

GM이 피아트와 지분교환을 통해 이미 자본제휴를 맺은데다 다임러크라이슬러도 현대차의 지분 5%를 갖고 있는 미쓰비시의 경영권을 사실상 인수했기 때문이다.

특히 다임러는 최근 현대차와도 전략적 제휴를 추진중임을 시사했고 현대차 역시 부인하지 않고 있다.

다임러로서는 현대의 대우차 인수를 간접 지원하면 최소한의 비용으로 4백만대 이상의 생산시설을 활용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현대도 대우차인수에 따르는 비판적인 여론을 불식하면서 대우차 경영권이 외국업체에게 넘어가는 것을 막는 효과가 있다.

다임러-현대차간 제휴는 부품업체 등 국내 자동차산업 전체를 봐서도 상당히 유력한 구도여서 성사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에 따라 대우차 인수전은 GM-피아트, 포드, 다임러-현대라는 치열한 3파전이 될 것이란 전망이 강하다.

피아트가 GM과는 별도로 독자적으로 인수에 나설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으나 이는 "연막전술"이라는 것이 업계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현대차 역시 포드와도 제휴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지만 포드가 적극적인 제안을 내놓지 않는 한 성사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현대차 입장에서는 자본제휴를 하더라도 경영권을 유지할 수 있는 선까지로 배수진을 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문희수 기자 mhs@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