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체에서 직장생활을 하던 A씨는 IMF 위기로 퇴직한 후 창업 강좌를 통해서 IP(정보제공)사업이 유망하다는 걸 알게 됐다.

평소 PC통신 마니아였을 뿐만 아니라 문학 소녀 기질이 있는 그녀는 정보를 가공하고 통신망에 올리는 IP사업이 적성에 딱 맞는 사업이라고 판단했다.

서점에서 IP창업에 관한 책을 여러 권 구입해 사업 절차와 노하우 등에 대해서 공부했다.

사업 전반에 대해 어느 정도 파악이 되자 구체적인 사업 아이템을 찾아 나선 끝에 생활정보부문으로 결정했다.

A씨는 정보이용수익의 60%를 주는 조건으로 한 인포숍 업체와 계약을 했다.

대부분의 IP사업이 그렇듯이 초기 투자비는 거의 들지 않았다.

결혼할 때 구입한 컴퓨터를 그대로 사용했고 육아와 인테리어 관련 서적을 구입한 게 투자비의 전부였다.

계약후 인포숍 업체 담당자로부터 정보 작성에 대한 기본 원칙을 배우고 일을 시작했다.

그러나 당초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정보를 가공하는 작업이 결코 만만치 않음을 알게 됐다.

기존에 공개된 정보를 적당하게 응용해야 했는데 편지나 일기쓰기에는 자신이 있었으나 정보가공은 저작권 문제 등을 감안해야 하므로 작성 시간이 많이 걸렸다.

베낀 정보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직접 자료를 수집하고 취재해야 할 부분도 많았다.

그러나 그런 일을 해본 경험이 없었던 터라 단순한 정보 한두개를 가공하는데도 너무 많은 시간이 들었다.

계약을 맺은 업체는 정보 내용이 부실하다며 A씨에게 정보량을 늘릴 것을 요구했다.

대학 동창에게 약간의 돈을 주고 정보가공을 부탁,정보량은 어느정도 채워졌으나 매출은 오르지 않았다.

월 수입은 20만원 안팎에 그쳤고 그런 상태로 5개월 가량이 지속되자 정보를 만드는 일에도 시들해졌다.

남편도 A씨가 컴퓨터 앞에만 앉아 있는 것을 싫어하는 눈치였다.

결국 약 1년에 걸친 A씨의 첫 도전은 유야무야되고 말았다.

A씨의 실패 원인은 첫째 모르는 분야에 섣불리 뛰어든 것이었다.

낯선 분야에 새로 도전할 때는 책 등을 통한 간접지식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반드시 현재 그 분야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의 조언을 구해서 시장 상황을 분명히 알고 창업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투자비는 적지만 인적요인이 많이 소요되는 사업은 동업을 고려할 필요도 있다.

A씨는 차후에 수익이 많이 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로 친구에게 동업을 권하지 않고 인건비를 주고 정보가공을 맡기기만 했다.

즉 위험을 분산시키지 않았던 것이다.

지식산업은 전문성을 기반으로 해야 한다는 점을 간과했다.

일반인들은 글솜씨만 있으면 육아나 인테리어 정보를 쉽게 가공해 만들 수가 있다고 여긴다.

하지만 전문성이 가미되지 않은 짜깁기 정보는 고객에게 신뢰감을 주지 못한다.

결국 초기 투자비는 적게 들었는지 모르지만 사업 도중에 들어간 인건비는 물론 A씨의 시간과 노력도 허사가 되고 말았다.

요즘 A씨는 IP사업의 실패를 경험삼아 인터넷에 재도전하기로 마음먹고 웹마스터 과정을 교육받고 있다.

[ 이경희 한국창업전략연구소장 천리안 GO LKH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