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2일 팔순을 맞는 시인 조병화씨가 50번째 시집 "고요한 귀향"(시와시학사)을 내놨다.

1949년 첫시집 "버리고 싶은 유산"을 출간했으니 50년동안 해마다 한권꼴로 펴낸 셈이다.

한국문단에서 생전에 시집 50권을 기록한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

그는 이번 시집 서문에 "팔십 평생,긴 세월,짧은 여행 보고"라고 썼다.

첫장의 표제작에 그의 서정이 함축돼 있다.

"이곳까지 오는 길 험했으나/고향에 접어드니 마냥 고요하여라/(중략)/지나온 주막들 아련히/고향은 마냥 고요하여라//아,어머니 안녕하셨습니까"

죽음에 앞서 자신의 묘비를 미리 세운 그는 "어머님 심부름으로 이 세상 나왔다가/이제 어머님 심부름 다 마치고/어머님께 돌아왔습니다"("꿈의 귀향"전문)라고 묘비명을 새겼다.

이번 시집에서도 어머니와의 대화는 계속된다.

"이제,드디어 긴 세월을 걸어서/어머님이 약속하신/그 나루터 근처까지 왔다//건너야 할 피안은 아득히/짙은 안개로 뿌옇게 하늘만 열려 있고/인기척 하나 없어라."("나루터 근처에서"전문)

지나온 삶을 돌아보는 어조도 담담하다.

"유서를 써 두어라 한다//살아있는 동안 쓰고 남을는지,/못 남을는지,도 모르는/달랑달랑한 돈에 대해서/유서를 쓰는 이 슬픔과 부끄러움,/미안하다//이 말 한마디"("유서"전문)

시와시학사는 조씨의 팔순과 시집출간에 맞춰 오는 28일 저녁 7시 예술의전당 서예관 4층 문화사랑방에서 시낭송회를 갖는다.

시사랑문화인협의회도 5월3일 저녁 7시 서울 종로구 아트선재센터에서 시사랑 시낭송 페스티벌을 열 예정이다.

고두현 기자 kdh@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