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 항만 등 사회간접자본(SOC) 건설에 투자하기 위해 지난해 설립된 ''인프라펀드''가 설립 4개월이 지나도록 정식 개점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제시했던 해외자본 참여가 전혀 이뤄지지 않자 국내 회사들도 성공가능성에 대해 의심을 품고 투자를 주저하고 있기 때문이다.

23일 금융계에 따르면 ''한국인프라투융자회사''는 설립이후 아직까지 투자실적이 한 건도 없다.

이 회사는 산업은행이 1천억원, 삼성생명 한빛은행 교보생명 동양종합금융이 각각 3백억원 등 모두 2천2백억원을 출자해 설립한 회사다.

정부는 이를 위해 산은에 1천억원을 출자, 펀드자금으로 쓰도록 했다.

이와 함께 정부는 국내 펀드 외에 해외자본으로 구성된 2억~3억달러 규모의 역외펀드도 구성해 국내 SOC에 투자키로 했었다.

그러나 해외자본들은 투자 대상이 한정돼 수익성 보장이 어렵다는 이유로 참여를 꺼리고 있어 역외펀드 설립이 난항을 겪고 있다.

이들은 SOC뿐만 아니라 단기간에 투자성과를 올릴 수 있는 시설도 투자대상으로 포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또 자산운용회사의 경영권과 수익률이 8%를 넘을 경우 성과보수를 달라는 무리한 요청을 해 펀드설립이 차질을 빚고 있다.

현재 국제금융공사(IFC)가 2천만달러를 출자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을 뿐 그동안 접촉했던 미국 캘리포니아주 공무원연금펀드를 운용하고 있는 롬바르드캘퍼스 등은 투자의사를 철회했다.

이처럼 역외펀드 설립이 늦어지자 국내 출자회사들도 해외자본이 참여하지 않으면 투자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어 공백기간이 상당히 길어질 전망이다.

출자회사의 한 관계자는 "사업성 보장이 확실하지 않는 곳에 투자하다가 손실을 볼 가능성이 높다"며 "해외자본이 투자해야만 참여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산업은행 관계자는 "당초 예상과는 달리 해외기관들이 까다로운 요구를 해 역외펀드 설립이 어렵다"며 "국내 펀드만이라도 먼저 투자하는 방안을 모색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김준현 기자 kimjh@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