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점매도-고점매수"

지난해 미국의 투자전략가 얼 키퍼( Erle Keefer )가 국내 처음으로 소개해 관심을 끌었던 투자기법이다.

주가가 내릴 때는 팔고,오를 때 사라는 전략이다.

흔히 알려진 "저점매수-고점매도"와는 역발상 전략이어서 센세이션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 전략은 그러나 자칫 바닥에서 팔고 상투에서 사는 우를 범하기 쉽다는 함정을 갖고 있다.

어디가 저점이고 어디가 고점인지를 족집게처럼 알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인간의 감정이 끼어들 경우 더욱 그렇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투신운용이 최근 인간의 감정을 철저히 배제한 저점매도-고점매수 기법을 사용하는 간접투자상품을 내놓아 다시 관심을 끌고 있다.

현대증권과 현대투신증권에서 지난 24일부터 발매하고 있는 "바이코리아 내비게이터 펀드"가 그것이다.

이 펀드는 저점매도-고점매수론을 주창했던 얼 키퍼가 개발한 "내비게이터 시스템"을 컴퓨터에 입력한 뒤 이를 바탕으로 펀드를 운용하는 시스템펀드의 일종이다.

종목선정에서부터 포트폴리오 구성,매매타이밍 포착 등까지 투자의 전 과정을 자동항법장치처럼 알려준다고 해서 내비게이터 시스템으로 불린다.

현대투신운용은 이 펀드를 주력상품으로 선정하고 제2의 바이코리아 돌풍을 일으키겠다고 장담하고 있다.

내비게이터 펀드가 어떻게 운용되는지 알아본다.

<> 시스템펀드란 =말 그대로 시스템적으로 운용되는 펀드다.

사전에 만들어진 일정한 규정이나 룰을 컴퓨터에 입력한뒤 컴퓨터가 내는 신호에 따라 주식을 사고 파는 방식이다.

투자결정을 하는데 인간의 판단은 철저히 배제된다.

물론 펀드를 책임지는 펀드매니저가 있긴 하다.

그러나 이들은 시스템의 보조역할만 맡는다.

물론 시스템펀드라고 해서 무조건 높은 수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 주식시장이 시스템의 예측과 반대로 움직이는 돌발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 시스템이 얼마나 잘 짜여져 있는 지도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

시스템구성이 엉망이라면 모든 것이 헛것이 되고 만다.

<> 내비게이터 시스템 =세계적인 위험관리 전문가인 얼 키퍼가 개발한 시스템이다.

키퍼는 현재 시카고 선물거래소(CME)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위험관리 전문회사인 Belair 사의 대표를 맡고 있다.

내비게이터 시스템이 기존의 시스템과 다른 점은 철저히 종목별로 접근한다는 점.

통상 시스템펀드는 20~30개의 우량주로 자산을 구성한 뒤 시장상황에 따라 종목전체를 줄이거나 늘리는 자산배분 방식으로 운용된다.

이와달리 내비게이터 시스템은 개별종목별 매매를 원칙으로 한다.

종목을 고를때는 기업의 내재가치를 따지는 가치투자를 지양한다.

대신 추세매매( Trend Following ) 개념을 바탕으로 한 수학적이고 통계적인 지표를 사용한다.

즉 기본적 분석보다는 기술적인 분석을 더 중시하는 셈이다.

이 펀드를 맡고 있는 이광우 펀드매니저는 "키퍼가 개발한 내비게이터 시스템에 의해 1차적으로 투자종목을 선정한 뒤 이들 종목군 내에서 구체적인 포트폴리오를 짠다"고 설명했다.

이후 시스템에서 나오는 매수 매도 신호에 따라 펀드매니저가 직접 주문을 내는 방식으로 운용된다.

투자종목은 거래소 코스닥 구분없이 1백~1백50개를 커버할 수 있다.

현대투신운용은 지난 10년간 자료를 바탕으로 내비게이터 시스템으로 시뮬레이션을 해본 결과 네비게이터의 수익률이 종합주가수익률을 훨씬 초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 저점매도-고점매수전략 =내비게이터 시스템의 핵심으로 철저히 추세흐름에 따라 매매하는 전략이다.

이광우 펀드매니저는 "저점매도-고점매수가 자칫 바닥에 팔고 상투에서 사는 꼴이 돼버릴 수도 있지만 진정한 의미는 오를 때 따라 사고 내릴때는 과감하게 팔아 손실을 줄이자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주가가 쌀 때 사서 비쌀 때 파는 "저점매수-고점매도"가 수익의 지름길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문제는 주가는 예측을 불허한다는 것.

가령 추세가 하락으로 반전됐을 때는 아무리 저점매수를 하더라도 수익을 내기는커녕 깡통을 찰 공산도 크다.

반대로 추세가 상승세로 전환했을 경우엔 고점이라고 생각되는 수준에서 매도했더라도 주가가 더 오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자칫하면 하락기엔 엄청난 손실을,상승기엔 초과수익을 내지 못할 가능성은 안고 있는 셈이다.

이와달리 저점매도-고점매수는 이같은 단점을 보완한다.

주가가 움직이는 것을 확인한뒤 행동에 들어가도 늦지 않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추세가 확인되면 과감히 추격매수 또는 손절매에 나선다.

물론 주가흐름이 예상과 빗나가 손실을 볼 수 있지만 큰 흐름을 놓치지 않고 따라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장진모 기자 jang@ ked.co.kr

[ 내비게이터 시스템의 주요내용 ]

<>철저한 추세매매(저점매도-고점매수 전략)
<>추세흐름을 통한 개별종목별 접근
<>인간의 감정과 판단은 배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