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여지없이 "체르노빌 바이러스" 망령이 되살아났다.

정부와 언론의 대대적인 홍보에도 불구하고 일명 "체르노빌 바이러스"로 불리는 CIH 컴퓨터 바이러스가 개인과 영세업자들의 PC에 침입, 오작동을 일으키는 등 큰 피해를 입혔다.

정보통신부가 집계한 바에 따르면 26일 오후 5시 현재 접수된 CIH 바이러스 신고건수는 해킹.바이러스 상담지원센터 9백75건, 안철수컴퓨터바이러스연구소 하우리 씨만텍 트랜드 등 백신업체 1천3백62건 등 모두 2천3백37건을 기록했다.

정보통신부 관계자는 신고되지 않은 건수를 포함하면 전체 피해 건수는 1만여건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CIH 바이러스 피해는 날짜가 바뀐 이날 새벽 0시부터 나타나기 시작해 출근시간 직후인 오전 9시 전후에 가장 많이 발생했다.

정통부 산하 해킹.바이러스 상담지원센터와 안철수컴퓨터바이러스연구소 하우리 등 백신업체들에는 온종일 신고전화나 문의전화가 쇄도했다.

이날 새벽 1시께에는 한 중소기업이 견적서가 들어 있는 PC가 작동되지 않는다며 상담지원센터에 긴급지원을 요청해 왔고 새벽 2시께에는 영종도신공항 건설현장에서 설계도면이 들어 있는 PC 2대가 작동되지 않는다는 신고가 들어와 백신업체들을 소개해 주었다.

정통부 양준철 정보보호심의관은 "정부와 언론의 적극적인 홍보 덕에 전체적으로는 피해 규모가 지난해의 3~4% 수준으로 대폭 줄었다"면서 "지난해 해를 입지 않은 개인이나 영세업자들이 예방조치를 귀담아듣지 않고 방심했다가 많이 당했다"고 설명했다.

정통부는 지난해에는 대기업 피해 사례도 적지 않아 피해 컴퓨터수가 20만대를 넘었지만 올해는 피해자가 대부분 개인이어서 피해 컴퓨터가 5천여대에 머물 것으로 보고 있다.

피해사례를 분석한 결과 하드디스크드라이버(HDD)와 BIOS(기본 입출력 시스템)가 모두 손상을 입은 경우와 HDD만 손상을 입은 경우가 반반씩을 차지했다.

김광현 기자 khkim@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