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재벌개혁 강공드라이브에 재계가 숨을 죽이고 바짝 긴장하고있다.

전경련 관계자는 26일 "지난 20일 전경련회원 골프회동 때 나온 얘기들은 "침소봉대"됐다는 해명조차 정부측을 자극할지 모르기 때문에 공식 입장표명을 일절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그날 나온 기업지배구조정책에 대한 지적이나 구조조정본부및 30대 대규모 기업집단지정제도 현실화 등은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고 재계의 일관된 입장을 되풀이한 것에 불과했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고위관계자는 "남북정상회담의 가장 실질적인 후속조치인 재계의 적극적인 대북투자 등을 추진하기 위해서라도 정부와 재계가 머리를 맞대야 할 것"이라면서 오해로 빚어진 갈등은 오래가지않을 것이라고 낙관했다.

전경련은 공식해명대신 조찬모임이나 세미나 등 각종 공식 비공식 채널을 동원해 재계의 진의가 와전됐음을 정부측에 전달하는 물밑대화에 진력하고 있다.

손병두 부회장은 정부 요로에 전화를 걸어 "재계의 입장이 과장보도됐다"고 해명하는 등 유화제스처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경련은 27일 시내 모 호텔에서 현대 삼성 LG SK 등 4대 그룹 구조조정본부장들과 조찬모임을 갖기로 했다가 정부에 대한 반발로 비쳐질 것을 우려해 26일 회동을 취소했다.

4대 그룹은 전경련보다 더욱 움추려들어 있다.

현대그룹의 경우 현대상선 현대중공업 등이 세무조사 통보를 받았거나 통보가 임박한 상태며 각 계열사들은 국세청이 요청한 자료를 작성하느라 분주하다.

현대는 특히 계열사 부당지원이나 투신운용의 부실자산 편입 등에 대해 정부가 강도높은 금융제재를 취할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면서 곤혹스런 기색이 역력하다.

삼성은 아직 공식적으로 세무조사를 통보받은 계열사들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국세청보다는 공정거래위원회쪽에 더 신경쓰는 눈치다.

LG전자 LG석유화학이 세무조사를 받고 있는 LG그룹은 현대 삼성보다는 덜하지만 정부의 개혁조치가 4대그룹에 집중될 것이라는 점에서 도매금으로 당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SK텔레콤과 SK(주)를 제외한 서너개 계열사가 세무조사 통보를 받은 SK도 손길승 회장이 지난 주말부터 중국 출장중이지만 구조조정본부를 중심으로 수시로 회의를 열고 정부측 움직움을 살피고 있다.

골프장회동에 참석하지 않은 재계의 한 관계자는 "선거직후 민감한 시기에 정부를 자극할 수 있는 발언이, 그것도 골프장에서 나온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정구학.조일훈 기자 cgh@ked.co.kr